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보유중인 대한통운 지분(23.95%)을 공개매각키로 결정하고,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매각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채권단 관리하에 놓인 상황에서도 대한통운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뤄가며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알짜 계열사인 대한통운마저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대한통운 매각으로 숨통 트이나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연이은 매각을 통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의 지분은 23.95%(546만4507주)로 16일 종가(9만2800원)를 기준으로 하면 5071억원이다. 지난 2008년 주당 17만원 가량에 인수한 것에 비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금호와 채권단이 인수당시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로써는 매각가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매각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해결 등 재무구조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통운 인수당시 발행했던 45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상환은 현재의 주가대로만 처분이 되더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최근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대우건설 풋백옵션 상환액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한통운 지분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 자금면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결정은)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 및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며 “대한통운 매각을 통해 주력계열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영판단 착오가 주는 교훈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매각하게 된 배경에는 대우건설이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물류업계 1위 기업인 대한통운마저 집어삼키면서 재계 순위를 끌어올리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무리한 차입과 과도한 풋백옵션 등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외부자금이 유입되고,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마저 닥치면서 큰 어려움에 처했다.
이로 인해 결국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기업개선작업을 추진 중이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그룹 위기의 책임을 빌미로 ‘형제의 난’을 일으키는 등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무리한 기업 인수가 그룹의 존립 자체를 흔들어 놓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의 경영판단 착오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야기시킬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이 강조한 ‘500년 영속기업’의 포부가 조속한 그룹경영정상화를 통해 이룰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