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부자들의 행보가 변하고 있다. 생활 패턴은 실용주의를 중시하면서 식품을 비롯해 소비 문화가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글로벌 럭셔리 시장으로 도약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3회에 걸쳐 글로벌 신흥 부자들의 특징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신귀족에 뜨는 실용주의
② 글로벌 럭셔리 시장 좌우하는 中 신귀족
③ 신흥부자에 합류하려면 이 대학 가라
미국 최상위 부유층의 씀씀이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개인용 제트기 2~3대쯤 소유하고 있는 갑부여도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점과 그루폰 같은 소셜 커머스에서 산 값싼 물건을 자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투자전문매체 메인스트리트닷컴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인스트리트닷컴은 미국 최상위 부유층들의 소비 성향과 일반적인 생활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가는 곳과 구입하는 물건, 사는 곳, 은퇴 시기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메인스트리트닷컴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연소득 7만~10만달러 이상인 고소득층 사이에서 ‘쿠폰 열풍’이 불면서 쿠폰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시기 최상위 부유층 사이에서 패스트푸드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2010년 2분기 패스트푸드 지출은 전년 동기 보다 24% 이상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소비자들의 패스트푸드 지출은 8% 증가하는데 그쳤다.
럭셔리 시장조사업체인 유나이티 마케팅의 팜 댄자이저 사장은 “부유층들은 외식이나 쇼핑을 그다지 자주 하지 않는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유층의 씀씀이 문화에서 바뀐 것은 쿠폰 문화만이 아니다.
미국 부동산 업체들은 최근 고급 물건의 임대료를 인상하고 있다. 부동산을 매입하기보다는 빌리는 부유층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들이 이 정도까지 검소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메인스트리트닷컴에 따르면 그래야 한다.
바클레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순자산이 1500만달러(약 168억원) 이상인 부자의 절반 이상이 자산의 재정 상태가 불안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자신의 노후 대비 자금도 넉넉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실업자 신세가 돼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수많은 미국의 서민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실제로 위기 의식은 서민들보다 상류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유나이티의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의 53%는 경기 침체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9%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8~2010년 가계 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가구 수는 16% 증가했지만 상위 1%의 고소득층은 경기 침체기 동안 큰 재산손실을 경험했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소비자 금융을 가르치는 조나산 파커 교수는 “고소득층은 과거 경기 침체와 버블기에도 안정적인 수입을 챙겨왔지만 이번 위기는 달랐다”면서 “그들은 이번 위기로 재산을 순식간에 날렸다”고 말했다.
파커 교수에 따르면 2007~2008년 미국 중산층을 포함한 서민의 평균 소득은 2.5% 줄었지만 고소득층의 수입은 최대 13% 감소했다. 이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이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유층들은 2010년말부터 고가 사치품 구매를 늘리며 럭셔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의 앨리슨 폴 유통부문 책임자는 “이들은 경기 침체기 동안 절약하느라 지쳤다”면서 “그 동안 억눌렀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검약 생활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