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집권 3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성적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국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하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국제공조를 이끌어낸 점 외에는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내세운 ‘747(7% 경제성장·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갔고, 시장의 기능을 무시하고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잡기는 오히려 한국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성장 집착’이 초라한 ‘집권 3년 경제성적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률 자체도 내세우기 민망한 수준이다. 출범 첫해에는 2.3%, 2009년에는 0.2% 달성에 그쳤고, 금융위기 후인 2010년에야 6.1%의 고성장률을 기록했지만 3년 평균 성장률은 2.8%에 불과했다. 취임 후 매년 60만개, 임기 동안 300만개를 약속한 일자리는 3년 동안 39만6000개가 전부다.
양극화도 심화됐다. 소득분배지수인 지니계수는 2007년 0.312에서 지난해 0.319로 뛰었고, 중산층 비율은 1990년 74.6%에서 2009년 66.7%로 줄었다. 양극화 확대와 중산층 빈곤은 성장동력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전셋값은 95주 연속 상승하고, 전세 물량도 월세로 바뀌면서 가계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현 정부의 전셋값 변동률은 14%로 참여정부보다 3.5배 이상 올랐다.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민간주택공급 물량이 참여정부의 70% 수준에 그친 것이 원이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도 400조원에 달했다. 3년간 무려 100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23조원에 이어 올해도 22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적자성 채무는 지난해 200조원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채무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물가는 이 대통령의 낙제 수준의 경제성적표 중 ‘하이라이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한은 물가 관리 기준치(3%)를 훌쩍 뛰어 넘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무려 4.1%로 치솟았다. 물가급등은 일부 외부변수 요인도 있지만 현 정부가 성장에 집착해 저금리와 고환율을 용인한 것이 치명적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환율은 수출을 늘렸지만, 수입물가도 높여 결국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정부의 성장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한은은 올 1월에야 관행을 깨고 금리를 인상했다.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튼다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가격 억누르기 전략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며 “결국 2008년 초 강만수 1기 경제팀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지금도 금리 인상 카드에 대해 망설인다는 것은 물가상승 압력 상황에서 가져 올 위험성을 너무 오판하는 것”이라며 “일시적 공급측 요인에 기인한 판단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