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현대차그룹 실사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견되면서 매각대금이 최대 8000억원까지 조정될 수 있다는 설(說)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리비아 사태로 중동지역 해외수주 타격 우려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리비아사태가 발발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12.79%나 급락했다. 24일 단기급락에 따른 반반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일주인간 현대건설은 11.92% 하락했다. 같은기간 건설업종지수 하락률 7.76%를 1.5배 이상 하회한 것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은 102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지난 23일에는 2달여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장중 6만원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실사과정에서 8000억원의 우발채무가 발견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대금이 최대 8000억원까지 조정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투심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 피력과 더불어 정상적인 인수절차 진행을 공식적으로 피력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발채무가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현대건설 적정가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의 매각대금이 영업가치 8조2000억원과 자산가치 3조 5000원(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 2조원 포함)을 합산한 11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진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제기된 8000억원의 부실이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적정가치 대비 6.8%로 크지 않다"며 "인수가격 할인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우발채무과 관련한 리스크는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가 확산되면서 해외수주 타격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리비아로 부터 7억달러(2조원규모)를 수주하고 있다. 전체 해외 수주잔고에 12%에 해당하는 규모로 업계 최대규모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리비아 수주금액이 전체 해외건설 수주비중에 2.7%에 불과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은 업계 평균 대비 6배에 가까운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한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수주금액이 가장 많지만 아직 시위사태가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4인방에까지 사태가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라 수주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어 "문제는 올해 발주 물량 계획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중동 불안이 장기화 된다면 발주지연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