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1년째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와 함께 물가 상승, 전세대란 등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멈출 줄 모르는 가계대출이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취급기관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을 모두 포함한다.
1월 이례적인 가계대출 증가는 최근의 전세대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오르내림을 결정하는 주택대출의 감소폭이 작았던 것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값 급등세로 빚내서 전세를 얻는 수요가 늘어난 점이 1월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 1월 주택대출(주택담보대출 포함) 규모는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월(9000억원)에 비해 4배나 늘었다.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 실적도 1월 1221억원을 기록하며 가계 부채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물론 2년 이상 이어진 2%대 저금리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전 연구원은 “이자에 대한 부담이 과거 6~7%에 이르렀던 것에 비해서는 아직 작다”며 “부채가 늘어도 사람들이 겁을 내기 힘든 수준이다”고 말했다.
◇금리 오르고 가계대출 늘고, 경제 악영향 우려= 문제는 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가계대출은 줄지 않고 있는 점이다. 역으로 계절적인 영향이 끝난 2월부터는 주택대출이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은 2조2000억원(잠정치) 증가해 전달에 비해 두배 늘었다.
이 같은 금리 상승기의 가계대출 증가는 이자부담 증가→소비 여력 감소→내수 경기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실제 국내 대형 항공사에서 13년간 일한 이정욱(43)씨의 경우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수익보다는 이자부담이 훨씬 크다. 물가 상승으로 저축 여력은 줄고만 있다. 이자부담이 가중되면 가구 소비력은 줄 수 밖에 없다.
이 씨는 “기본적인 지출만 하는데도 매달 나가는 돈이 늘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두 딸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부터 줄이려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오 한양대 교수는 “가계대출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지출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내수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까지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정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상반기 중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몰릴 경우 그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총선 등 정치적인 이슈가 있어 하반기에 접어들면 한은의 금리 운용 폭이 작아질 수 있다”며 “물가를 잡기 위해서도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