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지진 여파로 인해 시중 은행들이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 급락세를 나타낸 엔화가 잠시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안한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어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당초 5∼6월을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대처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2분기에 300억엔 규모의 엔화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도쿄 증권사들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줄 해외 금융사를 찾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인해 향후 엔화 전망이 어두운 상태이고 5∼6월까지 계속대지진 여파가 이어진다면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0억엔을 발행한 하나은행과 지난 1월 500억엔을 발행한 우리은행도 추가 발행을 고려하고 있지만 하반기 시장상황을 보기로 하면서 일단 발행을 유보한 상태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늘리면 외화자금을 다변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에 금융 당국에서도 은행들에게 외화자금 다변화를 위해 엔화 조달을 지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중 은행들은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이 좋아지고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점을 고려 엔화 자금 조달에 유리한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처럼 발행 시기를 유보하는 이유는 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의 전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사무라이본드의 금리가 유리하지만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모집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달러와 엔화 시장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사무라이본드를 그대로 발행할지 아니면 달러·엔 채권으로 발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 엔화의 불확실성으로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엔화대출 수요도 늘고 있어 하반기에 들어서는 발행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사무라이본드는 해외 업체나 정부가 일본 내에서 엔화 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