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칙·비현실적인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초과이익공유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학자로서는 경제인에게, 관료로서는 장관에게 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적도 이루지 못하는 ‘루저’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20일 “조만간 대통령께 예의를 갖춰 사의(辭意)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경제원칙이나 학문적 근거,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제도를 내놓은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 위원장의 첫 번째 굴욕은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 본 적이 없다”며 “경제학 책에서도 배우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에서는 동반성장의 주무부서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고 정의 자체도 어렵다. 정운찬 위원장이 더 이상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두 차례나 받았다. 논란이 확대되자 여당마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정 위원장은 내달 재보선 분당을 출마도 포기했다.
일부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완전히 좌초할 경우 정 위원장은 향후 정계 활동에서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정 위원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뜻은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을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