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편법' 의혹이 불거지면서 BW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차익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BW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공시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담 회장은 회장은 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의 BW 행사 가격을 고의로 낮게 책정해 매각시점에 시세차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 2000년 6월 7년 만기로 발행된 140억원 규모의 온미디어 BW 중 33만여주의 신주인수권을 2억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6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하면서 이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130억원에 넘겨 5년만에 200%가 넘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발목을 잡은 BW는 기업의 자금난 해갈에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물론 향후 주식으로 전환됐을 때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최근 기업들은 BW를 만기 전에 취득, 소각해 물량부담을 떨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사채는 대부분 인수자가 명확하기 때문에 매입후 소각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BW는 시장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매수주체자를 파악할 수 없어 되사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매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인수권을 대주주 등 회사의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BW발행을 지분율 유지나 차익에 악용할 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번 담철곤 회장이 특혜와 불공정 시비에 휘말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유상수 전무는 "최근 횡령ㆍ배임한 기업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기업들의 공통점은 BW를 통한 자금조달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BW 발행시 구체적인 자금 사용 목적을 밝히지 않거나 자금 조달 목적이 운영비용 등 소모적 지출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