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국회를 지향하기 위해 출범한 특위들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여야합의에 의해 8월까지 운영될 특위는 △정치개혁특위 △민생대책특위 △공항·발전소·액화천연가스 주변대책특위 △남북관계특위 △연금개선특위 등 5개가 구성돼 있다. 그러나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이중에는 한달이 지나도록 회의 한번 열지 않은 특위도 있어 설립취지가 무색해진 상태다.
23일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각 특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6개월간 지급될 평균 활동비는 2400만원이다. 여기에 출장 시 책정되는 특수활동비까지 감안하면 지원액수는 늘어난다. 지난해 특위 집행비의 경우 총 3억2000만원이었으나 특수활동비의 경우 4억1000만원이 집행됐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과는 달리 각 특위활동은 지지부진하다. 정치개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소속의원들의 외유나 지역구행사 때문에 회의참석이 어려웠다”며 “간사가 외국에 나가 있던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개특위의 쟁점사항인 선거구제나 재외국민 투표 등 쟁점을 놓고도 “어떤 결과도 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구제역, 물가대책, 전월세대란 등 굵직한 현안이 즐비한 민생대책특위도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간사를 선임한 1차 회의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회의가 진행된 것은 지난 16일 한번뿐이다. 그나마 당시 구제역 대책을 논의했지만 의원들이 본인 질의만 하고 도중에 대거 회의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개선특위의 경우 이제사 간사선임 회의만 마친 상태다.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어느 특위든 상임위 업무와 겹치는 법”이라며 “지금은 실무진에게 연금개선안을 준비하라고 했고 4월달에 정부보고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현안회의는 한번도 진행되지 않은 셈이다.
공항주변대책특위, 남북관계특위 등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의 불참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특위 외에도 18대 국회 들어서 모두 20여개의 특위가 구성되었지만 예산지원만 받고 회의도 1년에 겨우 4번 정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원회조차 열리지도 않은 특위도 무려 6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상임위가 있는데 일부러 돈 들여 특위 구성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여야 중진의원들이 특위 위원장 자리를 나눠 먹기 위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위인설관(爲人設官) 하고 있다’”라는 등의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생색내기’ 회의만 하고 마칠 것이라면 특위위원장들은 매달 지급되는 활동비를 반납해야 한다”며 “향후 국회를 개회할 때도 말도 안 되는 특위구성이 큰 타협이나 되는 양 여론을 호도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태도는 개선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