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분기 연속 커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원상복귀하기로 한 결정이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되는 주택담보대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431조5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284조5000억원으로 65.9%를 차지했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커졌으며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3년 4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2000억원 넘게 하락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1조50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비중 역시 66.3%로 늘어났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73조원을 포함하면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357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 595조9000억원의 60.0%에 해당한다.
1월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0.3%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원인으로 은행의 대출행태를 지적하면서 DTI 규제가 원상복귀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기업대출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반면 주택담보대출처럼 쉬운 대출은 늘리는 추세"라면서 "DTI 규제가 환원되면 거액 대출은 다소 억제가 되겠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DTI 규제 완화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주택담보대출금이 주택 구입이 아닌 생활비나 다른 대출 이자 지급 등에도 많이 쓰이면서 가계부채 위험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TI 최고한도까지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규제 완화 조치가 종료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난 10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줄일 수 있겠지만,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은 키워 가계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주춤할 것"이라며 "그러나 갚아야 할 이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