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등 CJ그룹의 식품 계열사들도 ‘퇴계로’로 모이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1996년 독립해 서울 강남과 강북, 강서 로 분산된 사무실이 15년 만에 한 곳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이들이 모이는 곳은 퇴계로 5가에 위치한 새 CJ빌딩 사옥(옛 스마트플렉스)입니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CJ 식품계열사들의 한 지붕 생활이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실적악화로 신음했던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김홍창 대표 취임 이후 이전을 완료하면서 그룹 내 식품 맏형으로서의 당찬 포부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이오에 3조원 투자하면서 그룹 식품사들의 제 2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주력인 설탕과 밀가루 값에 대한 정부의 양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상반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번 달에는 CJ프레시웨이가 이전을 마칩니다.
푸드빌의 ‘뚜레주르’는 지난해 한 가맹점주 남편의 ‘쥐식빵 사건’ 이후 가맹점 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가맹점 수 기준으로 파리바게뜨에 밀리면서 이미지마저 악화된 상태에서 좀처럼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보이질 않습니다. CJ GLS도 5월에 이전해 그룹 차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대한통운 인수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이사 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CJ E&M 센터에 컨텐츠 방송 관련 계열사들이 모여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미디어기업으로의 비전을 보여준 것과 비교해 식품계열사들의 한 지붕 생활이 그냥 한 데 모인 것으로 끝난다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식품 그룹으로서의 신성장동력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CJ그룹만의 정체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 지붕 생활이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높힐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자리만 옮겼다는 평이 나오면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별거를 견디고 한 지붕 아래 모인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