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눈에 띄는 대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업체 상위 3사의 매출액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위 업체들의 호실적이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로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매출 순위 1위는 넥슨으로 지난 4월말 발간된 넥슨의 모기업 엔엑스씨(NXC)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넥슨그룹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매출 9342억9000만원, 영업이익 4071억원, 당기순이익 3427억원을 기록했다. 게임업체로서는 최초로 연매출 ‘1조 클럽’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이에 미치지 못했다.
넥슨 그룹의 성장세를 이끈 것은 자회사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중국 내에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 네오플은 지난해 연매출 2117억원, 영업이익은 184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87.34%에 달한다.
지난해 6497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2위 자리를 지킨 엔씨소프트는 2008년 출시된 ‘아이온’ 이후 실적 모멘텀 없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한 ‘블레이드앤소울’의 반응이 좋고 2012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면 넥슨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국내 게임 업체 가운데 가장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네오위즈게임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4267억원, 영업이익 108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4위인 NHN한게임과의 격차를 벌여 놓았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실적 상승 역시 중국 시장에 진출한 ‘크로스파이어’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사상 최고 기록인 동시접속자수 270만명(3월 기준)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 결과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해외매출이 1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3위와 4위의 순위 변동이다. NHN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의 매출이 반영되는 하반기에 업계의 판도에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1~2년은 ‘3강 구도’ 체제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NHN 한게임은 비중이 가장 큰 웹보드 게임 사업을 축소하고 있으며 테라로 인해 업계 판도를 바꿀만한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라는 정액제 서비스 3개월을 지나 ‘재결제’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 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유저 이탈로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이승응 동부증권 연구원은 “네오위즈게임즈는 퍼블리셔로서 개발사와 계약이 종료될 경우 변동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크로스파이어가 매출이 계속 늘고 있어 2013년까지 3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의 반응이 좋고 엑스엘게임즈의 기대작인 ‘아키에이지’ 또한 올해 상용화 예정인데 그 유저층을 어디서 끌고 올 것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니지나 아이온은 고객 충성도가 높아 제한적이며 출시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테라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보통 동시접속자 수가 줄어들고 가입자당 매출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으로 동시접속자수가 계속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3강 구도 체제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