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영산강 굽이굽이 역사가 흐르네

입력 2011-05-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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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기 전 호남 최대 물류지 '전라남도 나주'

▲영산강의 황포돛배(한국관광공사)
전남 담양군 용면에서 발원해 광주, 나주, 영암을 지나 목포의 서해바다로 빠져나가기까지 350리를 굽이치며 흐르는 영산강. 작은 지류들을 만나며 굴곡을 더욱 크게 하고 강의 품을 넓게 열어 살찌운 땅이 바로 나주다.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서 전라도라는 명칭이 만들어졌을만큼 나주는 불과 한세기 전까지만 해도 전라도 땅의 중심지였다. 영산강변의 영산포는 남해바다에서 올라 온 해산물들과 나주평야에서 모아진 곡물들이 모이는 호남 지역 최대의 물자교류지였다.

일제시대에는 호남지역의 곡물들이 영산포를 통해 일본으로 공출되면서 수탈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1977년까지도 배가 드나들었으나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만들어지면서 영산포는 더이상 포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영산강 유채밭
등록문화제 제129호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포 등대를 보기 위해 영산교로 간다. 드넓은 유채밭이 펼쳐진 강변의 남과 북을 잇는 영산교 끝자락에는 작은 등대가 서 있다. 빈번하게 범람하던 영산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1915년 만들어진 것이다.

내륙의 하천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국내 유일의 등대인 영산포등대는 마치 항구의 등대처럼 영산포 선창을 드나드는 배들의 안내자 역할도 했다. 지금은 화려한 기억들을 간직한 채 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영산강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옛나주역사 안에는 예전의 영산포의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 한장이 전시되어 있어 한세기 전의 영산포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쓸쓸한 등대를 뒤로 하고 걸으면 어디선가 바다의 비릿함이 코를 자극한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다. 영산교 남단 사거리를 중심으로 홍어간판을 내건 식당들과 도매업소들이 즐비하다. 삭힌 홍어의 맛 또한 영산포에서 탄생했다. 고려 공민왕 때 왜구의 남해안 침탈이 빈번하자 섬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공도정책이 실시되었고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의 주민들이 영산강을 거슬러 와 영산포에 정착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 즐겨먹던 홍어를 잡아왔는데 영산포로 돌아오는 동안 싱싱하던 홍어는 자연스럽게 숙성이 되고 진한 풍미까지 더해졌다. 영산포가 삭힌 홍어의 고향이 된 셈이다. 홍어의 거리 뒷편 영산동과 이창동 일대로는 삭힌 홍어의 맛 만큼이나 독특한 풍광을 가진 골목길이 이어진다. 일제시대 일본인 자본가들이 지은 가옥들과 창고건물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늘어 서있다.

실제로 영화 ‘장군의 아들’이 영산동을 중심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특히 일제시대 나주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가졌다는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은 1935년에 지어진 것으로 일본에서 직접 자재를 실어 와 지은 대저택이다. 번영과 회한의 영산포를 오가던 나룻배는 더이상 볼 수 없지만 누런 황포 돛을 단 목선 두 척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로 가는 길목에 있는 황포돛배체험장이다.

영산강 하구둑을 30여㎞ 앞두고 뱃머리를 돌려 선착장을 향해 되돌아 가는 30 여분 동안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을 바라보고 서 있는 석관정과 금강정 등의 정자들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 있어 시선을 끄는 나주영상테마파크는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TV드라마 <주몽>의 셋트장을 테마파크로 재단장한 곳이다.

부여의 왕궁과 중국의 황궁, 신단 등을 재현해 놓았고 저잣거리였던 곳은 다양한 공예체험과 염색체험,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꾸며져 있다. 신단에서는 굽이치며 흐르는 곡강으로서의 영산강도 조망할 수 있다. 반남면고분군은 마한시대의 역사가 숨어있는 유적지다. 서기 300년 경부터 50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고분들이 들판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신촌리의 제9호분에서는 국보 제295호로 지정된 금동관을 비롯해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이 발굴되었다. 반남면과 인근의 복암리에 걸쳐 발견된 35기의 고분들은 마한의 중심 세력이 영산강에 기대어 자리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주천이 흐르는 읍성 안에는 983년 나주목으로 지정되면서 만들어진 유적들을 볼 수 있다.

▲나주 향교
성벽은 허물어지거나 일반 가옥의 담장으로 흡수되어 그 흔적이 일부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남고문과 동점문이 복원되어 읍성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관아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정수루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객사인 금성관이 있고 목사내아인 금학헌에서는 숙박체험도 가능하다. 나주향교의 중심인 대성전은 보물 제394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건축적인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읍성 안의 시장통에는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국밥집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뽀얀 국물의 곰탕이 아니라 맑은 국물에 밥이 미리 말아져서 나오는 국밥이다. 시장통에 모여 있던 국밥집들이 금성관 앞쪽으로 나와 곰탕거리를 이루었다.

나주곰탕과 더불어 나주를 상징하는 나주배를 빼놓을 수 없다. 나주배의 역사와 다양한 사진 자료들, 그리고 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식까지 배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곳이 배박물관이다. 4월말에서 5월초에는 배박물관 주변의 3천여호가 넘는 배과수원에서 하얀 배꽃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나들이라면 천연염색문화관도 놓치지 말자. 다양한 천연염색작품들과 함께 천연의 재료를 이용한 염색이 실제 의복들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쪽풀을 이용해 손수건이나 티셔츠를 염색해 볼 수 있는 천연염색체험장이 상시 운영되고 있어 탐방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메타세쿼이어길
풍산 홍씨의 집성촌인 도래마을은 민속자료로 지정된 홍기창, 홍기웅, 홍기헌 가옥을 비롯해 한옥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가옥들이 모여있는 전통마을이다. 그 중 ‘도래마을 옛집’은 1930년대의 가옥으로 숙박과 함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도래마을 인근의 산포수목원은 아담한 규모지만 한적한 메타쉐콰이어길과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있어 초록의 숲을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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