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이 시작된 것인가. 황우여호에 대한 청와대와 당내 친이계의 제동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물꼬는 이명박 대통령이 텄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황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야당 주장을 따라 하기보다 한나라당대로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며 “정체성을 갖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원내대표에 승선하자마자 터져 나온 감세 철회 주장이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휘말렸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장주의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민주당이 주장한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불만도 배여 있다.
황 원내대표는 그러나 “당은 서민경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관련해서도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상의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회동 말미에 “6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만이라도 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러자 청와대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참모진과 한나라당내 친이계로까지 옮겨 붙었다. 한 참모는 23일 “감세 방침에는 기본적으로 변화가 없고 반값등록금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오지 않은 만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일련의 정책기조 전환에 선을 그었고, 또 다른 핵심참모는 “일관성이 있어야지, 좀 어렵다고 정체성을 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지그재그 가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 참모는 황 원내대표를 황 의원이라 지칭 “청와대엔 반기를 들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겐 백기를 드는 것이 쇄신이냐”고 강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내 친이계의 공세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비현실적 주장과 한 치 다를 게 없다”며 “표(票)퓰리즘을 내세우면 나라만 절단날 것”이라고 말했고, 나성린 의원은 “원내대표는 아무 정책이나 함부로 발표하고 정책위는 진보적 인사로 쏠려있다”면서 “야당과 포퓰리즘 경쟁하듯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해진 의원은 “야당이 벌여놓은 판에 얹혀가는 것은 패배주의적 태도”라고 지적했고, 김영우 의원은 “이러다 민주당이 아니라 민노당 2중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서 “무조건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정책들을 남발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여옥 의원도 “한나라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 것이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며 “괜히 엉뚱하게 민주당하고 똑같이 가는 것은 도저히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정치인이 그 정도 말도 못하면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할 말을 하기 위해 원내대표가 됐다”고 양보 없는 전선을 이어나갔다. 신주류가 장악한 정책위 역시 감세 철회, 전월세상한제 도입, 반값등록금에 이어 일자리 창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보육 및 기초노령연금 등 친서민 정책 시리즈를 잇달아 발표, 가속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