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선의 청백리를 생각하며

입력 2011-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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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사회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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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유학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菜根譚) 전집 11장에 藜口腸者 多氷淸玉潔 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 蓋志以澹泊明 而節從肥甘喪也(여구현정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란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조선의 대표적 청백리 퇴계 이황 선생의 일화는 최근 비리로 얼룩진 공직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하루는 퇴계 이황이 어떤 사람으로 부터 선물을 받았다. 그 사람은 고기와 필묵을 선물로 가져왔는데, 이황은 필묵만 받고 고기는 돌려보냈다. 이를 지켜본 제자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만약 의롭지 못한 물건이라면 필묵도 돌려보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작은 선물만 받고 큰 선물을 돌려보내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황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처신한 까닭은, 가져온 선물을 모두 거절하면 그 사람과 절교를 뜻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벼운 선물은 받아서 절교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고 큰 물건은 돌려보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황 선생은 재물에 욕심이 있어서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의리까지 고려해 이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요즘 뉴스를 접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신문, 방송 어느 것 하나 굿 뉴스 (Good News)는 없고, 배드 뉴스(Bad News)만 넘쳐 난다.

뇌물수수, 향응 접대 등 공직사회에 만연된 공무원들의 비리가 터져 나올 때 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저축은행 PF 부실로 비롯된 금감원 임직원들의 비리를 보면서‘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 들어 전현직 직원 10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김종창 전 금감원장의 명의신탁 의혹과 김장호 부원장보의 삼화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까지 제기돼 금감원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김 전 원장과 관련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감원의‘막장 드라마’완결판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연이은 구설수에 직원들이‘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국토해양부는 더 가관(可觀)이다.

현직 간부가 부동산신탁회사 사주로 부터 산삼과 3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검찰에 구속되는가 하면 건설사로 부터 찬조금 받아 주중 대낮에 골프를 치고 저녁에는 유흥업소에서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연찬회 스캔들은 기가 찬다.

이 같은 접대성 연찬회가 매년 열려 왔고 국토부 뿐만 아니라 환경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열어 온 것으로 드러나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얼마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직 단적으로 보여줬다.

심지어 공직사회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의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비리를 덮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감사 나간 직원은 피감기관으로 부터 식사와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비리 사건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마저 저버리게 했다.

사실 공직자 비리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나라든 공직자 비리는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드러난 공직자 비리는 일부 부처, 일회성이 아닌 공직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곪아 터진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공직자들도 그 동안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민위에 굴림해 왔다면 이제는 국민의 진정한 심부름꾼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 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공정사회 실현’이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공직자의 최고 덕목은 바로‘청렴’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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