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유상증자 철회, 실적 부풀리기 등 ‘양치기 공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2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허위공시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6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개사 보다 50% 넘게 급증했다.
이와 함께 상장사들의‘실적 뻥튀기’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전날 영업이익 과다계상 등을 이유로 기륭전자, 나노엔텍, 모린스, 에스에이티, 에피밸리, 와이즈파워,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화우테크놀로지 등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 앞으로 이같은 기업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이들 종목은 향후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공시위원회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가 결정 된다.
물론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당장 상장폐지 등 극단적인 경우로 가진 않지만 매매거래 정지, 관리종목 지정 등 투자자들에게 적지않은 혼선을 주고 있다. 더욱이 실적과 관련한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해당종목 투자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륭전자, 나노엔텍 등 실적 공시위원회 심의 대상이 된 8개사의 지난해 영업 이익 오차율은 평균 -198.3%에 달해 지난해 실적예측을 공시한 전체 96개사 평균(-31.5%)의 6배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170억원이 과다계상됐다. 매출액 역시 428억원의 오차가 발생했다.
민경욱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총괄팀장은 “코스닥시장의 신뢰도가 제고될 수 있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실적예측공시에 대한 계도, 심사, 제재 및 포상을 통해 성실공시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위공시로 주가를 부양한 후 증시에서 쫓겨난 기업도 있다. 최근 글로웍스는 “해외자원 개발을 한다”는 허위공시로 인한 주가를 부양한 후,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먹튀’를 단행한 뒤 결국 지난달 29일 증시에서 사라졌다. 이로 인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시장의 따가운 눈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영탁 코스닥시장본부 공시3팀장은 “지난 2007년 이후 자원개발공시기업(28사) 중 18사(64.3%)가 현재 상장폐지 또는 한계기업으로 지정됐다”며 “투자자들은 자원개발 관련 테마주에 대해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할 경우, 불공정거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위공시로 상폐직전 작전세력이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기업도 있다. 지난 5일 엘앤피아너스는 △조회공시신고시한 위반 △생산중단 지연공시 △사채원리금미지급 발생 지연공시(136억원) △사채원리금미지급 발생 지연공시(171억원) 등 4개의 공시불이행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부과벌점 24점과 공시위반제재금 3000만원 역시 부과됐다.
이미 이 기업은 거래소의 횡령·배임설, 영업정지설, 유형자산 경매개시설 관련한 조회공시에도 풍문이 해소되지 않아 지난달 17일 이후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 투자자는 “사실 이 종목이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상폐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동안 모았던 종자돈을 모두 난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김기덕 kid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