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렌트'… "내일은 없어, 오늘만 있을 뿐"

입력 2011-09-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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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의 한장면/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감정과 오늘의 달콤함을 포기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황금같은 젊은 시절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내일은 없어, 오늘만 있을뿐)

이러한 메시지를 뮤지컬 ‘렌트’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가난한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꿈을 잃고 마약, 에이즈 동성애, 트렌스젠더와 같이 터부시 되는 삶을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를 담아냈다.

박칼린이 음악감독으로 나서고 가수 브라이언과 배우 김지우가 합류하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뮤지컬계에서는 베테랑 배우로 알아주는 윤공주, 강태을이 주인공으로 낙점,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들이닥친 에이즈라는 바이러스의 공포, 그 속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라고 박칼린의 말처럼 공포속,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품고 오늘을 버텨내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공포, 현실을 맞닥뜨리는 것이 두려워 늘 동영상 카메라 뒤에 비켜서있는 가난한 영화제작자 마크. 이야기는 마크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돼 마크의 나레이터로 이어진다. 마크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를 꿈꾸고 몰두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파헤치면 현실을 피해 가상의 것을 찾아 헤매며 카메라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가수 브라이언은 ‘렌트’의 현실기피형 이상주의자 마크로 첫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뮤지컬 '렌트'의 한장면/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마크의 친구인 로저와 미미는 뮤지컬 ‘렌트’의 메인이다. 로저는 미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미미를 계속 밀어내기만 하는 두려움 많은 인물이다. 또 약물중독에 에이즈 양성반응자 음악가이기도 하다. 극은 로저를 통해 두려움 많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얼굴을 그렸다.

이런 로저를 사랑하는 미미는 ‘렌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No day, but Today”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약물중독자에 에이즈 환자인 미미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1분 1초를 소중히 살아가려 한다. 솔직한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그녀는 내일을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대표적 캐릭터다.

극이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라면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관계 속에서 모린과 조앤의 동성적 사랑 이야기는 극의 방점을 찍었다. 특히 모린의 자유분방한 대사와 춤, 관객을 휘어잡는 능력은 극의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지점에서 한번씩 웃음을 터지게 한다.

트렌스젠더로 후에 죽음을 맞이하는 엔젤은 배우 박주형의 밝은 이미지와 다부진 체격이 어우러지며 톡톡튀는 이미지를 제대로 소화해 객석의 큰 호응을 받은 캐릭터다. 특히 엔젤의 빨간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추는 절도있는 안무와 드럼 퍼포먼스는 극의 어두움을 걷어내며 유쾌한 이미지를 덧입힌다. 또 3-7명식 모여 노래 부르는 그룹 설정은 극에 깜찍함과 더불어 상큼한 기분마저 선사한다.

뮤지컬 렌트는 화려한 배우들의 활약과 더불어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를 장면마다 배치해 뮤지컬의 풍성한 사운드를 더했다. 또 2층 구조의 원세트라는 기존 구도를 유지하며 구조물들을 이동시키면서 배경을 바꾸는 공간이용 기술도 탁월하다.

반면 배우들의 대사와 상황 전달이 도입부에 부족하다. 화려한 춤과 퍼포먼스에도 불구, 이야기를 끌어가는 추동력이 약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렌트에 확실한 방점을 찍을 막한 장면 혹은 조금은 더 맛깔나는 이야기 요소가 필요하다.

‘렌트’는 다음달 9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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