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내려진 영업정지 조치로 올 들어 퇴출된 저축은행은 모두 16개로 연초 105개 달했던 저축은행 중 15% 정도가 문을 닫게 된 셈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영업정지 조치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조치로 올해 초부터 추진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이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켜난 저축은행들은 두 달간 진행된 강도높은 경영진단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를 넘긴 것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새로운 먹거리 확보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장 뱅크런(대량예금인출)사태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부실 PF 처리가 문제다. 임시방편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긴 부동산 PF 부실채권의 경우 올해 말부터 만기가 도래하던 것을 2년 유예해줬지만 여전히 저축은행에 부담이다.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캠코가 인수한 저축은행 PF 채권액은 5조4952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 곳의 대형 저축은행이 넘긴 부동산 PF 부실채권 규모만 1조1000억원에 달해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업계 고위관계자는 “만기를 늘려주면서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부실채권을 사와야 한다”며 “시장에 뚜렷한 신호가 없는 한 (부실 PF의) 불확실성이 유효한 만큼 앞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먹을거리 부재가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에 집중했던 것도 마땅한 먹을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의 소형 저축은행은 문제가 없지만 수도권의 자산규모가 3조~5조원까지 달하는 대형저축은행은 PF를 대체할 상품이 없으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할부금융업 등을 허용해줬지만 PF를 대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늘리고 있는 소액신용대출 역시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