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 있으면 이에 따른 대책도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한은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계부채 문제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준금리 운용 기준을 물가나 가계부채보다는 경제 불확실성을 첫 번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등 신흥국이 치솟는 물가와 싸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한은에서는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지난해부터 다섯번이나 올리지 않았냐”고 반박한다. 그러나 인상 시기를 놓쳐 효과가 없으면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 가계부채 급등세가 멈추질 않는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줄었지만 이는 추석 상여금 지급 등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란 지적이다. 시중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도 지난 7월부터 1년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은행 대출 등 민간신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리 정상화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급등한 물가도 가계부채와 연관이 깊다. 실질임금·금리 등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는 모두 마이너스다. 앉아서 돈만 잃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은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가계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물가안정은 한은의 존재 이유다. 통화신용정책 측면에서 들여다 봐도 가계부채 문제에서 한은의 제대로 된 역할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관련 이렇다할 보고서를 내지도 않았다. 지난 4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가 고작이다. 김중수 총재의 ‘조사역량 강화’ 기조를 무색케한다.
금융안정 기능을 손에 쥔 한은은 매달 금통위 직후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에 금융안정 문구를 어떻게 넣을지 고심하고 있다. 이보다는 가계부채 동향을 새롭게 포함해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김 총재가 “가계부채가 금리운용의 핵심변수다”라고 말한 것을 실천하기 위한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