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해외에 유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역시 미리 환전을 해둬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농협은 이 같은 고민을 바탕으로 최근 ‘스마트외환’ 상품을 출시했다. 고객이 지정한 환율에 은행이 자동으로 환전과 송금을 대신해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개발을 주도한 이광필 외환지원팀 차장은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인데 고객이 1190원에 1000달러를 환전해달라고 예약하면 환율이 1190원까지 떨어질 때 은행 시스템이 이를 자동적으로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고객으로서는 환율 등락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고 은행까지 발품을 팔아 환전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적으로 환전을 해야 하는 고객에게 제격인 상품인 것이다.
이 차장은 5명의 팀원과 함께 이 상품을 올 1월부터 개발해 왔다. 연초 1120원대의 환율이 1050원까지 내리다 1200원대 근처까지 다시 뛸 것을 예상했던 건 아니었다.
내년 3월 농협의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를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야심차게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화배우 성룡의 영화가 우리나라 설날을 겨냥하듯 상품이 흥행하기 위해선 시기도 필요한 법.
이 차장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스마트외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계획보다 먼저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외환 상품은 환전, 송금뿐 아니라 외화예금까지 결합했다. 환전한 달러를 장롱 속에 넣어두지 않고 스마트 외화자유적립예금에 예치해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차장은 “은행권의 외화예금 금리는 1~2%대인데 여기에 0.2%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얻어준다”며 “외화환전·송금·예금을 한데 묶은 은행권에서 가장 진화한 상품이다”고 자신했다.
농협은 현재 스마트외환 상품을 특허청에 비즈니스모델(BM) 특허 출원했다. 예약 환전과 송금 서비스를 묶은 상품은 기존에도 있지만 예금까지 포함시킨 것은 은행권 최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농협의 이 같은 행보에 곁눈질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전시장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한다. 외환은행과 시중 대형은행들이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환전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농협의 공격적인 행보로 파이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외환은 지난 21일 출시했다. 출시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고객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이 차장은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환전 및 송금도 예약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며 “환율 급변동 시기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이 상품을 계기로 농협이 외환부문에서도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외환 관련 업무 경력만 20년에 달한다. 은행 생활 평생을 외환과 함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농협이란 두글자가 갖는 이미지로 농축산·유통 부문보다 외환상품은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