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오사카 사무소에서 1978년 7월부터 3년6개월간, 서울지점장으로 1998년부터 1년간 근무한 4년반을 제외하면 평생을 부산에서 살았다. 부산지역 인맥치고 이 회장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마당발로 통하기도 한다.
이 회장도 “부산 지역 경기나 민심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알지요”라고 자신할 정도다.
그런 그가 야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부산은 야구 열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야구에 대한 인연은 지난 1962년 부산상고(현 개성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했다. 부산상고는 1924년 야구단을 창단했다. 야구에 있어서는 전통의 강호로 통했던 만큼 이 회장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김응룡 전 삼성라이온즈 사장이 이 회장에 2년 앞서 부산상고를 졸업했다.
지난 1982년도 이 회장에겐 뜻 깊은 해다. 부산에 연고를 둔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한 시기이자 한국의 프로야구가 첫 정기시즌을 시작한 때이다.
이 회장은 이 해 1월 오사카 사무소 근무를 막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일본에서 봐 온 프로야구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개무량했다고 회고했다.
부산상고 시절부터 그와 인연을 이어왔다는 전직 한국은행 종사자는 “야구 얘기로 물꼬를 트면 박동희가 투수로 활약해 롯데가 우승한 1992년부터 시작해서 끝이 없다”고 말했다.
1965년 부산상고를 졸업한 이 회장은 같은 해에 한은에 입행했다. 이후 1973년에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일념에 부산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이 회장은 지난 8월24일에는 부산은행 직원들과 함께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그가 야구장을 찾은 건 어찌 알았는지 전광판에는 ‘부산은행 직원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흘렀다.
당시 그가 야구장을 찾은 것은 시구나 후원행사, 봉사활동 등 특별한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딱’ 하는 타격음과 동시에 울리는 우렁찬 함성, 부산 사직야구장만의 진풍경인 비닐봉투 머리에 쓰기 등 단지 야구 열기를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이 회장은 “업무 마치고 고함을 직원과 함께 지르고, 응원 동작도 하나로 맞추다 보면 은행은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부산에서 직원과 소통하면서 하나가 되려면 야구 만큼이나 좋은 게 없지요”라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치고 야구 전문가가 아닌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이 회장은 직원과 함께 야구장을 찾으면 야구 해설로 자웅을 겨루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호응도 좋아 야구장 관람에 참여하는 직원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장이 되자마자 실천에 옮겼다. 지난 2007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가슴 보호대에 부산은행 광고를 실고 있다. 2008년부터는 롯데 자이언츠와 ‘BS부산은행 러브포인트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홈경기 승리당 50만원과 송승준 투수 1승당 50만원, 이대호 홈런 1개당 20만원, 홍성흔 2루타 1개당 20만원을 적립한다. 이렇게 마련한 5000~6000만원 정도의 적립금은 연말에 복지관 등에 기부한다.
최근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최고 10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4년전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4강에 들지 못해 속상했는데 부산은행과 관계가 깊어진 뒤에는 성적이 좋아져 괜스레 내덕인 듯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