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빈자, 사회 출발부터 다르다. 낙하산 채용이 부자 쪽이 유리해서가 아니라 사회 생활을 준비하는 방법이 다른 만큼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똑같이 졸업하고 올해 28살이 된 두 명의 청년이 있다. 한 명은 LG전자 해외영업부 합격을 마다하고 국내 굴지의 은행에 들어갔다. 중복 합격을 하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많아 기업을 고르는 입장이다.
다른 한 명은 원서 접수 횟수만 120번이다. 줄 곧 떨어진 끝에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음 카페의‘취업뽀개기’를 하루에도 몇번 이상 방문하며 또 다른 기업의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A 은행원 최동훈(가명, 28, 서울 서초구)씨는 이른바 강남 사람이다. 강남 8학군 고등학교를 다녔다. 최 씨는 교수 아버지와 사업가 어머니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는 가운데 성장했다.
그는 SKY 대학이 아닌 대학에 들어갔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점관리보다 해외여행 등 자유로움을 선택했다. 덕분에 수 많은 외국 친구들과 자연히 언어실력은 늘어났다. 특히 태국어는 한국 여행에 나선 태국인들의 가이드를 할 정도로 유창하다.
졸업반이 되자 기업에서는 다 수의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그를 인정했고 부모의 배경이 아닌 그의 실력 때문에 그를 뽑았다. 그는 “대학시절 내내 자유롭게 놀았지만 기업에서는 내 경험을 좋게 봐줬던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 2년차인 최 씨는 동기와의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는 상태다. 금융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상대적으로 외국어에 소홀한 동기 대신에 외국인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등 업무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재천(가명, 28, 서울 노원구)씨는 서울 명문 사립대 출신이다. 명문대 출신이지만 원서를 넣을 때마다 떨어진 이유는 대학시절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의 수입을 모두 합쳐야 월 1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등록금은 물론 방세를 포함한 생활비 일체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임 씨의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로 채워졌다.
덕분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학점은 대기업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3.0 에 못미쳤다. 여기에 토익 등 배움과 시험에 돈이 들어가는 자격증은 그에게는 사치였다. 정작 취업전선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에는 또 다른 돈이 필요했고 돈이 없었던 그에게 명문대 졸업장은 허울로 남았던 것.
임 씨는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부자의 출발점을 따라갈 수 없는게 20대 취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