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악몽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햅쌀 출하 시기임에도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묵은쌀과 외국산 쌀 수요가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인은 원래 자국산 햅쌀을 선호하지만 원전 사고로 햅쌀이 방사능에 오염됐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다.
일본 효고현에서 대형 쌀 가게를 운영하는 니시라 도시카즈 대표는 “수입쌀에 높은 관세가 붙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유기농 쌀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주문량은 예년의 20배 가까이 늘었고, 묵은쌀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입쌀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고현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곳으로, 주문은 주로 피해지인 동일본 지역에서 폭주했다고 한다.
니시라 대표는 “30년 가까이 쌀 가게를 운영했지만 일본인이 국산쌀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방사능 오염에 휩쓸린 후쿠시마현은 일본의 4대 쌀 생산지로 수도인 도쿄에도 많은 양의 쌀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쌀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도가 잠정 기준치를 웃돈 것은 1건 뿐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정부의 검사 방법이 어설프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부연합회의 사노 마리코 사무국장은 “정부의 방사능 허용량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일본은 미국의 7배의 쌀을 소비하는데, 정부의 검사 범위는 너무 적다. 이것이 소비자의 불신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이처럼 민감한 것은 원전 사고 이후 식품 안전성에 대한 공포를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올여름 방사능에 오염된 쇠고기가 검사를 통과해 시중에 유통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쌀의 경우, 일본인의 주식인만큼 안전성은 더욱 민감하다.
후쿠시마현청에서 쌀 검사를 담당하는 간노 가즈히코 과장은 “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일본인에게 특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소비자들로부터 쌀의 안전성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현은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지역에서는 쌀의 출하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토양 1kg당 5000베크렐이 넘는 지역에서 벼농사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