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와 다르다” 항변= CEO들은 탐욕의 근원지로 꼽힌 월가와 여의도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월가 시위의 타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오고도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챙긴 대형 투자은행(IB)이지만 국내 은행들은 상업은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이 ‘탐욕’이란 소리를 듣는 건 안타깝지만, 자성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은행들이 지금 잘 버티는 것도 수익성이 많이 좋아져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점도 감안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월가에서 주요 타깃은 IB들"이라면서 "여의도 시위는 금융 하면 대표적인 게 은행이 떠오르니까 은행도 표적이 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행권 평균연봉을 중소기업까지 포함된 제조업체 연봉과 비교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적절한 비교대상은 대기업들인데, 이들에 비해서는 연봉이 낮다는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은행들은 2008년부터 임금 반납과 임금 삭감 등 고강도 자구책을 계속했기 때문에 대기업과 자세히 비교하면 높지 않다”며 “단지 몇몇 전문인력과 성과보수가 높아서 오해가 있는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도 동반성장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장은 고객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자는 의미의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어젠더로 내세웠음을 상기시켰다. ‘탐욕’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금융기관들이 ‘공생(公生)’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알아달라는 것이다.
이밖에 KB금융지주는 2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청소년 교육 사업을 위한 ‘KB금융공익재단’을 출범시켰고 우리금융도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일정액을 사회공헌단체에 자동으로 기부하는 ‘바보의 나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대내외 경제 불안을 감안해 2011년도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약 68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주주 배당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누가 은행에 투자하겠느냐”며 “매년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문제삼으면 ‘금융산업의 삼성전자’를 키우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수수료 불만, 우회적 표출=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던 카드업계 CEO들도 수수료 인하 요구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내비췄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우유목장’에 비유하며 “우유배달을 하는데 매일 한 드럼을 사는 곳보다 한 병을 사는 곳의 우윳값이 비싸긴 하다. 하지만 한 병 배달은 지금도 손해인데 우윳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 판매(신용판매)는 적자라서 정작 소 사고파는 일(카드 대출)이 주업이 됐는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유값읕 낮추란다”고 꼬집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수료 인하가 고객 헤택 축소로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수수료를 더 내리면 카드사가 감내할 수 없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인하에 나설 계획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국민이 준 수수료와 이자로 사는 은행이니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고 본다”며 “선제적으로 수수료를 낮췄지만 더 할 게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사회에 만연한 금융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빨리 불식시킨다는 차원에서라도 수수료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