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17일 일제히 0.2%포인트 인하 방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소가맹점들이 잇따라 집단행동 계획을 밝히는 등 불길은 오히려 번지는 모습이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관한 논란과 대책, 해외 사례를 짚어본다.
현금과 달리 신용카드라는 결제 수단을 사용할 때는 결제 비용이 발생한다. 신용카드 수수료 논란의 중심에는 결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소비자나 판매자 둘 중 하나가 이를 부담해야 하는데 다른 결제수단과 달리 수수료가 판매자에게 전가된다는 게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의 핵심이다.
다른 결제 수단은 모두 소비자가 결제비용을 부담한다. 계좌이체로 대금을 결제한다면 계좌 이체에 따른 수수료도 송금하는 쪽인 소비자 부담이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를 가정해도 소비자가 인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가맹점의 외상 거래에 따른 리스크를 덜어주기 때문에 가맹점이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카드사는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의 카드 사용 패턴을 살펴보면 현금이 있음에도 편리성이나 할인·적립 등 부가 혜택을 위해 카드를 쓰는 사람이 훨씬 많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소비자들이 고비용 결제수단인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가맹점이 느끼는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 문제가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수수료율 논란으로 불거진 것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측에서는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하거나 카드결제시 판매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비용을 덜어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1만원 미만 소액 카드결제 거부권 도입과 관련한 논쟁에서 보듯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미진한 상황이다
수수료율 책정 방식 자체도 논란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카드 수수료율 자체는 외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맹점측은 협상력에 따라 수수료율이 정해지다보니 중소가맹점이 대형 가맹점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소가맹점이 골프장, 대형 할인점 등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법령 자체를 뜯어보면 구조적으로 카드사에 유리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가맹점은 수수료가 저렴한 카드사만 골라서 계약을 맺을 수 없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고치며 중소가맹점의 단체 협상권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의 차이가 협상력 때문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 차이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와 대손비용, 카드사 이익에 대한 기여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 등이 나서 원가를 계산해 적정한 마진을 붙인 수준에서 수수료를 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카드사의 여러 영업 가운데 일시불과 할부 결제 부문만 따로 떼어내 원가를 산출한다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금융당국도 지난 2007년 원가 산을 시도했었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