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를 한달 여 남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두 가지 난제에 봉착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야권통합 문제다. 당 대표로서 성과를 남기고 내년 대권주자로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당장 16일 의원총회에서 강경파와 협상파의 대충돌이 예상된다. 강경파에 속하는 손 대표는 그간 협상파들의 절충안 요구를 ‘당론’으로 맞서며 일축해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선(先) 비준 후(後) 재협상’ 카드를 던짐에 따라 입장이 난감해졌다. 협상파의 목소리를 묵살할 명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강경파와 협상파의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더 절실해진 셈이다.
한미FTA 합의처리를 촉구한 ‘여야 8인’ 중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좀 더 전체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협상파의 요구를 무게 있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았나”라며 “강경파의 입맛에 맞게 결론을 쉽게 내렸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의총에서도 협상파의 입장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손 대표가 이제 절차적으로 신중을 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 스스로 “대표로서의 마지막 책무”라고 밝힌 야권통합을 두고도 내홍은 만만찮다. 당권주자들과 원외지역위원장들은 손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원외위원장은 다음달 11일 임시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에 돌입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시전대 소집요건인 대의원 3분의 1 해당분 서명은 금방 될 것 같다”면서 “지역위원장들은 이를 갖고 정치적 압박을 할 것이다. 문제는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지도부가 통합 절차나 일정에 있어 확실하고 뚜렷한 게 없었다”면서 “손 대표도 통합의 대의는 옳은데 우리가 왜 반발하는지 곰곰이 되짚어보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두 가지 현안과 관련해서 손 대표는 위기상황”이라며 “매끄럽게 풀지 못한다면 당 대표로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다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