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찰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입찰 전부터 정유업계에선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사실상 정부가 정유사들에게 ‘저가입찰’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정유사들에게 출혈을 강요하면서까지 정부 정책에 참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민간기업이지, 사회공헌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4월 기름값 잡기 1탄 격인 ‘100원 할인’ 정책으로 정유사들을 옥죄더니 이번엔 저가입찰을 강요, 사실상 사회공헌기관으로 변신(?)을 주문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상식상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지만 정부 눈치 때문에 ‘시늉’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사회공헌기업도 아니고, 실제 내수 정유사업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의 이 같은 압박은 너무 힘들다”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큰 뜻은 알겠지만 조금이나마 시장경제에 맞게 정책을 추진하게끔 업계와 우선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시장경제 논리 속에서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추진은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실질적인 기름값 인하 실효성 여부에도 논란이 많기 때문. 하지만 정부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무리한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정유업계와 소통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