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죠 날씨도 어정쩡 하죠 정부의 수수료 인하 요구도 다 들어줬습니다. 올겨울 장사는 이미 끝난 거 같습니다.”
지난 주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진 날 한 백화점 관계자는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며 겨울 장사는 이미 늦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작년처럼 한파가 11월 초부터 몰아 닥쳐야 겨울 특수라도 바랄 수 있을텐데 주말부터 날씨는 또 풀려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파로 몰려야 할 주말 백화점은 기자가 찾았을 때도 왠지 한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백화점 매출을 떠받치고 있던 명품 판매도 녹녹치 않다는 판단입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중산층의 명품 구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여윳돈이 좀 있어야 값비싼 제품들이 팔려나갈텐데 주가가 곤두박질치니 이들의 구매 여력이 예년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세값이 폭등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더해져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정부의 판매수수료 인하 방침에 협조한 만큼 영업이익이 떨어질 건 분명하니 도대체 어디서 이익을 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는 설명입니다.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올 10월 판매 신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구매금액 기준으로 하위 80% 이하의 고객층 판매 비중이 10월 들어 10% 가량 떨어졌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올 10월 판매신장률이 5.0%로 2009년 10월(10.1%), 2010년 10월(15.1%) 수준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침체, 예년보다 높은 평균 기온, 주가 하락, 전세값 폭등 등 생활경제 전반이 유통업계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이 같던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걸까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해 장기 불황 여파로 국민들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연간 수입이 500만~900만엔(약 6000만~1억800만원)인 중산층 가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때문에 소비가 줄어들면서 장기 내수침체를 초래하고 특히 백화점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잘 나가던 백화점들이 3중고, 아니 4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시장원리에 따른 위기에 작위적인 정부정책까지 또한번 고개를 떨구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