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으로 아시아와 미국·유럽 은행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유럽과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떨어졌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오르거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등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한 반면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 등 중국 2개 은행의 신용등급은 상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으로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미국 일부 은행의 신용등급은 ‘A-’로 ‘A’인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보다 낮아졌다.
미쓰이스미모토 등 일본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전망은 하향 조정됐지만 신용등급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무디스는 EU 27개 회원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해 EU 은행들의 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유럽과 아시아 은행들의 엇갈리는 신용등급 희비에 대해 높은 저축률과 함께 은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능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은행 산업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위기에 빠져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구제할 수 있는 수단과 여력이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WSJ는 이와 달리 북미와 유럽의 국가 중 위기에 빠진 은행을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정도가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라고 전했다.
S&P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애널리스트 리테쉬 마헤시와리는 “자금이 중국과 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어 이 지역 은행의 건전성이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유럽 은행은 너무 많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헤시와리는 “중국의 은행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위기에 빠지면 구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에서 은행은 금융정책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됐을 정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