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 모 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A(35·남)씨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사실상 정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 중인 기간제 교사는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교사는 아니지만 담임과 학교에서 내려오는 부수적인 일까지 도맡아 한다. 하지만 보수가 정규직만큼 동등한 수준까지 부여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도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라 거부할 수도 없고 내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눈치도 보인다”고 토로했다. A씨는 비정규직이어서 사람들을 만나도 떳떳하게 자신의 직업을 밝히기를 어려워한다.
A씨는 “현재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서무실 등에서 일하는 행정직만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고 기간제 교사는 여전히 2년 후 재계약 또는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A씨와 같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법이 없다. 최근 고용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도 기간제 교사는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의 전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는 보통 비정규직과는 성질자체가 다르다”라면서 “계약직 교사라는 개념보다 정직원의 인원이 모자랄 때 자리를 메울 수 있는 ‘대체자’라는 성격이 강해 이번 대책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서 내려오는 각종 업무지시를 다 소화하면서도 다른 비정규직과는 달리 정규직으로 전환이 불가능한 직군이라는 이유로 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는 전국에 걸쳐 4만1000여명에 달한다.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의 17.1%에 해당할 정도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A씨는 “정부에서 예산문제 때문에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기지 않고 있는 것같다”며 “정부차원에서 기간제 교사의 애환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는 각 학교의 정교사가 부득이한 상황으로 휴직을 하거나 결혼, 임신 등으로 인해 공백이 생길 때 대체하는 인력일 뿐”이라며 “현재의 교육공무원법상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