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다기리 죠 "강제규보단 김기덕과 한 번 더"

입력 2011-12-23 08:35 수정 2011-12-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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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웨이' 로 대작 영화 첫 발

▲사진=SK플래닛,CJ엔터테인먼트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35)는 자국 내 영화계에서도 반골기질이 강한 배우로 정평 나 있다. 사전적 의미의 ‘반골’ 보단 자신의 이름값에 걸 맞는 작품 활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뜻이 강하다. 스스로도 “저예산 소규모 영화가 더 맞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다. 때문에 지난 21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 출연은 그를 좋아하는 한일 양국 팬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개봉 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원래 ‘마이웨이’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미 예상했던 답변이었다. 그럼에도 출연을 강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본 내 영화시장 규모면에서도 제작비 300억 규모의 ‘마이웨이’는 블록버스터 급이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 제의도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받았다”면서 “당연히 출연 제의를 거부했고, 다른 배우들이 출연했다. 그건 처음부터 내가 아니어도 됐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분명 달랐다”고 덧붙였다.

▲사진=SK플래닛,CJ엔터테인먼트
처음 강제규 감독과 만났을 때는 정말 차 한 잔 만 마시고 헤어졌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단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뒤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왔다는 것. 시나리오만 읽어봐도 영화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전했다.

오다기리 죠는 “대작 출연 제의를 받으면 (거절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서 “대략 10군데 이상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얼마 뒤 내가 원한 방식으로 완벽히 수정해 다시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배우로서 나를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맡은 배역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타츠오’다. ‘마이웨이’에서 타츠오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사람들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준식(장동건)에게 동화돼 그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는 “영화 출연 결정 이유 중 강 감독의 열의도 있지만 무엇보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타츠오’가 악한 이미지라 좋았다. 만약 같은 소재로 일본에서 ‘마이웨이’가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타츠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회가 지금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구분지었다.

영화가 다소 부정적 시각으로 일본을 바라본 것에 대해 조금은 언짢은 면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본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SK플래닛,CJ엔터테인먼트
오다기리 죠는 “전쟁에 대한 시각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일본 사람들도 그 당시 나쁜 일본군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아마 영화 전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영화이기에 보고 불편해 할 (일본) 사람은 조금 있을 것 같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1년 여 동안 ‘마이웨이’ 촬영에 몰두하느라 일본을 떠나 있던 오다기리 죠. 촬영 기간 중 아들도 태어나 아빠가 됐다. 긴 해외 촬영으로 혼자 육아에 전념하는 배우이자 아내 카시이 유우의 볼멘소리가 이어지진 않았을까.

▲사진=SK플래닛,CJ엔터테인먼트
그는 “아마 속으로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잔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내가 어차피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할 걸 알고 포기한 것 같다”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함께 동고동락한 장동건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에서) 완벽하게 졌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오다기리 죠는 “(장동건은)일본에는 없는 유형의 배우다. 착하고 겸손하고 성실하다. 왜 일본에는 이런 남자가 없는지 아쉬울 정도”라며 “촬영 도중 둘 다 아이가 태어나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다시금 ‘마이웨이’와 같은 전쟁 영화 출연 제의가 온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힘들었다는 것. 반면‘마이웨이’출연 전 경험한 한국영화 ‘비몽’과‘풍산개’를 떠올리며 김기덕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 ‘마이웨이’는 너무 만족스럽지만, 아무래도 나 스스로가 대작보단 소규모 영화에 더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경험이었다”면서 “강제규 감독도 좋지만 앞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한 번 더 출연하고픈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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