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3사의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의 품질마케팅이 한 창이다. 연초부터 SK텔레콤과 KT는 세계최초로 LTE 가상화 기술을 도입했다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LTE상용서비스가 경쟁사 보다 두 달 가량 늦은 KT는 급기야 속살(?)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후발주자지만 KT는 “공개시연도 자신있다”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국사를 방문해 KT의 LTE 가상화 기술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다. 국사는 예전으로 치면 전화국이지만 유무선기술의 발전과 통신서비스 고도화로 이제는 첨단ICT산업의 핵심시설로 변모했다. 양재국사도 그 중 하나다.
양재국사 3층에 위치한 DU(디지털유닛)집중국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곳이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전산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곳은 차세대 LTE통신의 실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SK텔레콤도 하루 앞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지역을 시작으로 '어드밴스드-스캔(Advanced SCAN)'이라는 이름의 LTE가상화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오성목 무선네트워크부문(전무)는 SK텔레콤과 같은 삼성 기지국 장비와 유사한 기술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비스품질과 비용·효율적인 차이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오 전무는“워프의 핵심은 브레인(서버솔루션)과 뉴런(광코어), 그리고 바디(집중국)의 조합에 있지만 실제로는 KT의 유선인프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기술”이라면 “전국에 깔린 42만4000km의 광케이블(신경)과 3658개의 통신국사 덕분에 경쟁사가 1년 걸려 준비한 서비스를 불과 2개월만에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KT는 지하에 위치한 국내통신구 시설도 공개했다. 국가보안시설로 외부인 출입은 물론 사진촬영도 금지된 공간이다. 통신구는 모든 종류의 통신망이 들어가고 나오는 진출구로 전화통신 시대의 지름 10cm의 동케이블과 초고속 인터넷시대의 광케이블이 공존한다. 이곳의 광케이블 3만1500개 코어 중 1024개가 LTE용으로 사용된다. 노란색이 둘러진 광케이블은 3층 DU장비실을 거쳐 옥상 안테나까지 연결된다.
“조부모, 부모 두 세대가 사는 집에 아들 내외가 들어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들 내외는 세간만 들여와서 지내면 됩니다. 가전제품이나 화장실은 함께 쓰면 되죠. 그런데 만약에 집이 없다면 어떨까요? 집 구하는 것부터 가전제품 구입에 준비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인프라가 준비된 KT와 그렇지 않은 경쟁사와의 차이입니다.”
실제로 KT RU(기지국)에는 와이브로와 3G CCC, LTE가 플러그인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 김 상무는 현재 LTE용으로 받아놓은 900메가헤르쯔(MHz) 대역 주파수도 플러그에 꼽기만 하는 간단한 조작으로 5분만에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구축한 3G CCC에 플러그만 꼽으면 되기 때문에 규격만 갖추면 다른 시스템이라도 적용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KT는 상반기 중 가상화 시스템을 252개 기지국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1000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가상화 장비의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버솔루션을 개발한 삼성전자와 배타적사용에 대한 2년 계약도 맺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LTE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품질경쟁의 승자는 자연스럽게 가려질 전망이다. KT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속도(워프)로 LTE시장을 선점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맞서 선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