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하나금융그룹 김종열 사장이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김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열 사장은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금융과의 통합·융합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면서 “대의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의 임기는 오는 2월 말이지만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연임을 점쳐왔다. 김 사장은 이날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하고 사의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인수 반대 투쟁을 펼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그동안 내가 강성 이미지로 보여 통합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진정성을 보여 내가 물러남으로써 (외환은행 노조와) 닫혀 있는 대화의 문이 열렸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에게 대의를 위한 개인적 결정이라는 뜻을 말씀드렸다”면서 “하나금융에 몸담으면서 많은 의미 있는 일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사의 소식을 접한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도 김 사장은 평소와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얘기도 없었었고,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오늘 갑자기 알게 됐다”면서 “외환은행 인수가 지체되면서 부담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김종열 사장이) 다른 뜻보다 좋은 의지에서 (사의표명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내부적으로 충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창근 하나은행노동조합 위원장은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부분이 막바지에 와있기 때문에 강한 이미지가 있어서 결단을 내린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여부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인데다 임기를 불과 몇달 앞둔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늦어지고 있는 금융당국에 조속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을 요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사심없이 결정한 것으로 큰 일(외환은행 인수)만 잘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사장이 자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하나금융은 다음 달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후임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부산고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78년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5년간 하나은행에 몸담으면서 서초지점장과 경영전략본부장과 은행장 등을 두루 거쳤다.
안경주·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