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해 투자와 채용 규모를 사상 최대인 47조8000억원과 2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12%, 4% 늘어난 수치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총 투자액(47조8000억)중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투자는 무려 4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적극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예년과 달리 이날 정확한 부문별 시설 투자액은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 14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6%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 반도체 투자에서 비메모리 부문은 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4조6000억원)에 비해 무려 60% 이상 늘어나, 메모리 부문(6조5000억원) 투자액을 처음으로 앞설 전망이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다른 경쟁업체들이 투자액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같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키로 한 것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2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인텔을 제치고 명실공히 세계 반도체 최강자로 우뚝서려는 선언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OLED 투자도 지난해 5조4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OLED TV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차세대 전략제품에 쓰일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키우기 위해 OLE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올해 투자 분야 가운데 자본투자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지분 투자나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은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모바일 관련 비메모리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다.
올해 계획보다 실제로 더 많은 금액이 자본에 투자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도 당초 자본 투자 계획은 1조10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2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2일 세계 최대가전전시회인 ‘CES 201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말 앞으로 몇년, 십년 사이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건희 회장의 위기 의식이 고스란히 ‘공격경영’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