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데가 없다.”
정기예금 금리는 물가상승률인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가는 1800선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얼어 있다. 게다가 올 상반기에는 경기 부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강남지역 PB들도 강남부자들도 재테크 문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PB들은 올 상반기에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리스크를 덜고 주가가 바닥권에 들어서면 적극적으로 투자 자산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이 때문에 최근 강남부자들은 단기 안전 자산 선호가 강하다.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보니 장기로 돈을 맡기거나 투자하는 것은 불안하다는 심리다.
우리은행 김인응 투체어스 잠실센터장도 “지난해 주가지수가 갑자기 떨어지다보니 못 빠져나온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많다”라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보니 3개월 미만의 예금이나 CMA 등 대기성 자금 성격의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승호 방배PB센터 팀장은 “요즘 분위기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투자를 펼치는 분위기는 분명 아니다”라며 “주로 대기성 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3개월 미만의 초단기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CMA 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3, 4개월 단위의 ABCP도 단기 자금 운용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금값이 오를 데로 올랐다는 인식 탓에 골드뱅킹 등 금 관련 상품은 지난해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 “주식시장 바닥 확인하고 들어간다”= 강남부자들이 단기 자금 상품을 많이 찾는 다는 것은 다른 말로 장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다시 투자자산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PB들도 1분기에는 최대한 안전자산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7대3 정도로 가져가다가 3, 4월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지켜본 뒤 장 상황이 나아지면 안전자산과 투자자산 비중을 6대4 정도로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투자 상품으로는 ETF와 ELS를 많이 추천했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신한은행 조성만 PW압구정센터 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가 장이 안 좋을 때 팔고 장이 좋을 때 사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나오는 ELS 상품은 기준가 자체가 많이 낮아져 있어 투자할 만하고 장이 회복되면 ETF나 공모주 펀드 등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승호 팀장도 ELS를 추천했다. 박 팀장은 “올 2~3월 이탈리아 국채 만기 문제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유럽 문제가 이미 반영된 지수라면 조만간 바닥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이라며 “ELS 상품은 지금도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응 센터장도 “올 하반기쯤 시장이 회복되면 ETF 투자가 유망할 것”이라며 “IT, 자동차, 소비재 관련 ETF나 우량 종목 펀드가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배종우 청담동 골드클럽 PB부장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와 글로벌 채권형 펀드를 추천한다. 배종우 PB부장은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 등급의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데 이미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돈을 번다”라며 “지난해 7월 이전에 스프레드가 400~500bp 였는데 지금은 700~800bp까지 벌어진 상황이라 투자 권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