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대 자영업자 K씨가 서울 강남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일반폰과 비슷한 기종을 요구하자 대리점 직원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평소 음성통화 위주로 통화패턴이 단조로운 K씨는 비싼 스마트폰 요금이 부담스러워 다른 통신사 매장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공짜 일반폰을 한 대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과 LTE(롱텀에볼루션)폰에 전략을 집중한 나머지 전체 휴대폰 가입자 절반 이상인 일반폰 사용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
◇일반폰 사용자 2100만…휴대폰 출시는 ‘가뭄에 콩’= 국내 휴대폰 가입자 5200만명 중 스마트폰 가입자 2900만명, LTE폰 150만명을 제외하면 일반폰 사용자는 대략 2150만명 수준이다. 올해 연말까지 스마트폰, LTE폰 가입자가 3500만명 이상까지 늘어난다는 업계의 전망을 고려해도 1700만명 이상이 여전히 일반폰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제한적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올해 1~3종의 일반폰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분기 중에 1종의 일반폰을 출시할 계획으로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KT는 올해 2~3종의 일반폰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역시 출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일반폰 출시 계획을 잡지 않았다. LTE폰을 전체 라인업의 50~8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제조사들 역시 일반폰 보다는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주요 제조사들은 올 상반기까지 LTE폰만 출시할 계획이다. 3G만 지원하는 휴대폰 생산은 ‘상황에 따라서’라는 조건을 붙였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지적에 대해 제조사들은 이동통신사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제품을 팔아 줄 이동통신사들이 LTE를 원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것.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빠른 속도를 원하고 LTE에 수조원을 투자한 만큼 수익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여기에 3G 무제한 데이터 가입자를 줄이려는 상업적 계산도 깔렸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일반폰의 ARPU(가입자당 월평균 매출)는 2만6000원인데 스마트폰의 ARPU는 4만6000원으로 스마트폰의 매출 상승 효과가 높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불편을 겪는 계층이나, 혹은 스마트폰 요금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에서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통사들이 실버 요금제, 장애인 요금제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이런 요금제는 보조금이 적어 비싼 스마트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들이 연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보조금을 대부분 스마트폰과 LTE폰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장은 싼 맛에 스마트폰을 선택하더라도 다달이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최근 리서치패널코리아가 2만6489명을 대상으로 ‘피처폰이 스마트폰 보다 더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 설문조사에서 31%(8085명)의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꼽았다. 아직 휴대폰은 전화기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않다는 얘기다.
한편 올해부터는 일반폰용 모바일 게임도 자리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일반폰 게임 10개를 출시한 컴투스는 올해 더 이상 피처폰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게임빌 역시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먼저 내놓은 ‘게임빌 프로야구’등 시리즈 게임만 일반폰으로 개발하고, 향후 출시 계획은 시장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폰 게임 매출은 큰 하락세를 보인 반면에 스마트폰 게임 매출은 연간 3배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해외 매출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술의 진보도 좋고 시장의 매커니즘도 이해하지만 소비자 복지도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스마트폰 전환까지 걸리는 일정 기간 동안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