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캡틴]삼성전자 DS부문 LCD사업부 개발실 이상철 수석

입력 2012-02-01 12:49 수정 2012-02-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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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리더십' 투명 LCD 개발하다

▲투명LCD를 삼성전자의 1등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삼성전자 DS부문 LCD사업부 개발실 이상철 수석. 그는 이미 투명LCD가 유리를 대체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난 달 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2’ 전시장에는 특별한 체험관이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바로 삼성전자의 ‘투명 LCD 전시관’이었다.

빛을 투과시켜 LCD 패널 뒤편을 볼 수 있는 차세대 제품 ‘투명 LCD’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공상과학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투명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을 이용해 화면을 이동시키며 작업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이 전시관이 촬영된 동영상은 ‘유튜브’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차세대 투명LCD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삼성전자 DS부문 LCD사업부 개발실 이상철(48) 수석이다. 그는 “투명LCD 개발의 성공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조직의 성과물”이라며 자신의 성과를 팀원들에게 돌리는 겸손한 리더다. 하지만 팀원 절반 이상이 신입사원인 이 수석의 조직에서 최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겸손한 리더에게서 나오는 ‘포용의 리더십’ 때문이었다.

■LCD와의 첫 만남…‘맨땅에 헤딩’도 즐거웠던 그 때= 이상철 수석은 1990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는 신입사원 입문 교육에서 LCD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 수석은 “교육 당시 LCD같은 신규 디스플레이 사업에 막연한 흥미를 갖게 돼 무작정 LCD개발팀에 지원하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작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이 수석에게 LCD는 낯선 미지의 세계였다. 그가 처음 맡게 된 업무는 ‘컨트롤러와 LCD 구동회로 부문’개발. 용어조차 생소했던 그는 그저 ‘맨땅에 헤딩’하듯 개발을 시작했다. 이 수석은 아직도 자신의 첫 프로젝트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바로 노트북 용 LCD모듈을 개발하는 것. 악착 같이 연구에 매진했다. 첫 샘플 개발을 위해 매일 이어지는 밤샘 작업 속에서 바닥에 종이 박스를 깔고 새우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그는 LCD분야에만 20여년 가까이 몸담으면서 웃지 못할 많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웃음 대신 눈물 이 나올 만큼 긴장된 순간의 연속이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이 수석이 기억하는 그날은 팀에서 개발한 컬러 동영상 LCD 샘플을 처음 구동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샘플은 작동하지 않았다. 구동회로와 전류, 전압, 모든 게 완벽했다. 오랜 기간 밤샘 작업에 지친 이 수석과 팀원들은 넋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잠시 후 미작동의 원인을 알게 된 이 수석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LCD동작에 가장 기본인 ‘편광판’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수석은 “망설임 없이 편광판을 걸치자 컬러영상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다”며 “지금은 추억으로 남았지만 당시 직원들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며 웃었다.

그런 노력 속에 이 수석은 다양한 해상도 사이즈의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90년대 후반부터 LCD용 모니터 개발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LCD개발에 몸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LCD사업부 개발실 이상철 수석과 투명LCD 개발팀원들.
■투명LCD는 “확고한 신념·완벽한 팀워크의 결과물”= 20여 년 전, 패널시장에서 LC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 LCD는 우리 생활 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수석은 제2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로 얼마 전 발표한 ‘투명LCD’가 바로 그것이다.

이 수석이 투명 LCD개발에 있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시장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개발에 임했다. 연구개발에 있어 이 수석은 항상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투명 LCD가 삼성의 1등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영역과 사고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다각적으로 연구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수석은 팀원들과의 완벽한 팀워크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그가 맡은 팀의 조직원 절반은 신입사원이었다.

그는 신입사원에게 ‘강요’보다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능동적 사고방식의 업무’를 권장했다. 신입사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신입사원이라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면 특허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자유 토론식 미팅도 수시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의 도전=이 수석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투명LCD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를 예측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LCD는 BLU(Back Light Unit)라는 광원이 있어야만 영상을 볼 수 있다. LCD에 있어 BLU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이 중요한 부품이다. 하지만 투명 LCD는 BLU를 빼 버린 디스플레이로 특별한 전원공급 없이 태양광 또는 주변 광원 활용이 가능한 쌍방향 제품이다. 다시 말해 태양이 있고, 유리가 있는 한 투명 LCD의 존재 이유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형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다. 투명LCD와 대형 OLED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활용하면 제3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출현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이 수석은 설명했다.

그는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간편한 휴대성과 저 전력, 친환경, 대형화된 형태를 띨 것”이라며“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LCD가 유리를 대체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투명 디스플레이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수석은 약 1시간 동안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투명LCD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안경 넘어 보는 세상은 이미 유리로 된 안경렌즈 조차 투명 LCD로 변한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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