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 커(35·미국)가 지난달 28일 2일간의 일정으로 남편 에릭 스티븐스(46)과 한국을 찾았다. 대회 출전을 위한 방문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은행 본점에서 일일 지점장이 됐고, 유소년 학생부터 성인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레슨을 했다. 갈비를 맛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져 “딜리셔스!(Delicious·맛있다)”를 외치기도 했다. 크리스티 커가 한국인과 만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한 일은 처음이다. 이투데이가 지난달 29일 여의도 하나대투증권에서 크리스티 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부터 하나금융그룹과 인연을 맺게 된 커가 하나금융그룹과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를 통해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과 라운드를 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친구가 됐다.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은 커는 하나금융이 진행하는 여러 자선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친분이 돈독해졌다. 김 이사장은 커에게 스폰서십을 제안했다. 커는 상상치도 못한 그의 제안이 매우 놀랐다고 했다.
커는 사실 한국문화를 잘 안다.
“14살부터 그레이스 박(박지은)과 함께 주니어 대회에도 나가면서 친해졌다. 그 친구 덕분에 한국문화를 접했다.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국문화에 대해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성공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특히 자신의 일에 열정이 대단하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며 “나 역시 일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철저하려고 한다. 나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에서 내가 그들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여자골프랭킹 4위, 데뷔 15년차의 중견 선수지만 필드 밖에서는 ‘유방암 퇴치’의 선두주자다. 9년 전부터 남모르게 버디 1개당 50달러, 이글 1개당 100달러의 암퇴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부터 출전하는 LPGA 투어 전 대회에서 버디를 잡을 때마다 하나은행에도 일정액을 기부한다. 일년 내내 투어 생활을 하면서 고달프고 지칠법하지만 그가 이같은 나눔을 이어나가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사실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 환자였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나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투어 선수지만 나눔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유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홈페이지 ‘문패’도 ‘유방암을 위한 버디’다.
미국 선수중에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그런데 지난해 우승이 없다. 하지만 커는 낙담하지 않는다. 지난해 솔하임컵 출전 당시 오른손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말에 고생을 했다고 귀띔했다.
겨우내 팜스프링에서 브라이언 레베데비치 코치와 스윙리듬을 다듬는 교정을 했다.
“아이언의 정확도를 높여 그린 적중률을 올리고 싶다. 올시즌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해 2승이상을 올리고 싶다. ‘명예의 전당’이 최종 목표다.”
그는 “150점은 농담이고, 95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아내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최고의 환경과 상황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 현재 너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도 나를 40세에 낳았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골퍼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한 커는, 줄리 잉스터(52·미국)처럼 골프와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골프팁도 잊지 않았다.
“나는 투어 선수이지 교습가는 아니다. 하지만 몇가지 조언을 하자면, 우선 골프를 즐기고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 골프를 시작할 때는 티칭프로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 좋고 많은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려 나가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대부분의 샷은 75야드 이내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1박2일의 빠듯한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지쳐 보였지만 미소는 한결 같았다. 크리스티 커가 올해 또다시 세계랭킹을 탈환해 줄리 잉스터처럼 일과 가정을 다잡는 여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