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호들이 사업의 ‘종합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과거 제조업, 부동산업 부호의 재산 비중이 정체되거나 줄어들었다. 반면 여러 산업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한 ‘종합형 부호’의 재산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LG경제연구소가 15일 발표한 ‘부호들의 부침으로 본 중국 경제’보고서는 지난 5년간 단일업종형 부호의 비중이 81.2%에서 68.6%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종합형 부호의 비중은 18.8%에서 31.4%로 늘어났다.
중국이 이러한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과거 부호들의 주력 업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업이 어려워지게 됐다. 부동산업은 전통적으로 ‘부호들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시장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선수금 비율을 상향조정해 아파트 매입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등 각종 수요 억제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부지 개발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와 중앙 정부의 감시가 매서워져 사업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편 종합형 부호들은 기존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때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업종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산업 주기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신흥산업과 식품업, 무역업, 서비스업 등 시기별로 산업을 넘나들며 위험을 줄이고 재산을 늘리고 있다.
또한 금융업의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이 수요억제책 때문에 투자가 줄어든 반면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는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해 수익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주요 투자처인 △문화 △바이오 △신 재생에너지 산업 등은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고자 하는 신흥산업에 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효정 LG연구원은 “중국 부호들의 순위 변동이 심하다”며 “베이징, 상하이가 포진된 연해 지역의 성장이 둔화되고 중서부 지역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내륙 지역의 상대적 고성장과 연해지역의 점진적 둔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남 연구원은 “외국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며 “그러나 한편으로 금융 투자에 대한 중국 부호들의 관심은 공동 투자 방식의 진출 기회가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