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일자리 포퓰리즘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일자리 창출’이 화두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발 빠르게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선거에서 여야의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이 더 이상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허황된 일자리 창출만 남발하는‘제2의 포퓰리즘’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 운영을 위한 환경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 만 외치는 상황에선 다분히 인기영합정책으로 흘러갈 수 있단 얘기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향성은 옳지만,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는 미봉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막연한 일자리 공약도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또 “한쪽에선 反기업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다른 쪽에선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창출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방안은 크게 잡 쉐어링(일자리 공유), 근로시간 단축,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으로 나뉜다.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은 ‘농업 금융 의료분야 30만개 일자리’(정몽준), ‘의료관광 등 7대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김문수), ‘공동체적 시장경제 실현으로 고용창출’(이재오) 등을 밝혔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식 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충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손학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200만~300만개 일자리 창출’(김두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통한 32만개의 일자리 창출’(문재인) 등의 구상을 내놨다. 여야 모두 내용을 뜯어보면 두루뭉술한 제안으로 일자리 목표 수치를 제시한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임금은 그대로 하고 잡 쉐어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려고 하면 모든 부담은 국민과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만능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제기되니까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그럴싸한 일자리 창출 목표수치를 제시해 국민을 현혹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