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8 정상회담에서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긴축’과 ‘성장’을 동시에 가져가는 모호한 해법을 내놓은 것도 현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만으로 한정된다면 좋겠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까지 번질 경우 한국경제 역시 깊은 수렁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규모만 해도 스페인은 그리스의 5배, 이탈리는 8배다.
◇유럽 재정위기 전세계 전이되면 수출 비상 =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가시화되면 당분간 유럽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유로화 약세 등으로 우리나라의 對 EU 수출 부진이 불가피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전세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EU가 현저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EU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對 EU 수출은 다른 국가들의 수출 증가에 비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EU 시장 자체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분야에서 불황인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해 같은 달 대비 1.4% 감소했다. 1/4분기 수출 증가율도 3.0%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급반등 이후 2011년에 연중 하락 추세를 보이던 수출증가율은 작년 4/4분기 이후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평균 수준을 하회했다.
특히 유럽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악화됐는데, 품목별로는 선박과 무선 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올 1분기 중국 수출과 EU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17.7%로 크게 부진했다. 이 중 선박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5.5%, 무선통신기기는 32.1%나 감소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시에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탄탄했기 때문에 위기의 대안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중국도 물가가 겁나서 내수 위주의 인위적 부양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국은 수출 위주 고성장에서 내수 중심 연착륙으로 경제 정책을 바꿨다. IMF는 이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 9.2%에서 올해 8.2%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EU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면서 내수 위주의 부양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 역시 불안한 상태다. 돈을 풀어 적극적으로 내수를 부양하기에는 물가가 큰 부담이다. 당연히 중국의 내수정책이 먹히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은 작년 한국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으로 선진국에 대한 우회수출 성격의 부품, 소재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국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8.1%로 전 분기에 비해 0.8%p나 하락했다.
이같은 감소세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기정사실화 할 경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도 문제지만 스페인 부실이 심화되면서 유로존의 실물경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스와 더불어 스페인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몇몇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부가 막아줘야 하는데 정부재정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기구에 대처방안을 세워달라고 손을 벌리는 상황인데, 그리스와 스페인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EU의 실물경기 상황이 변하고, EU의 수입이 변하니까 국내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감소→투자감소 악순환 = 수출이 줄어들면 수출산업 부문에서 도는 돈이 줄어들어 투자가 위축되는 건 자명하다. 성장을 위한 동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보다 0.2%p 내린 3.6%로 제시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예상치(4.3%)보다 0.7%p나 내린 것이고 6개월 전인 11월(3.8%)에 비해서는 0.2%p를 내렸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83억달러로 지난해의 265억달러보다 31%나 급감하고 지난해 20%였던 수출입 증가율도 7~8%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분기 4.2%를 기록한 이후 4분기 연속 하락하다가, 급기야 올해 1/4분기엔 2.8%를 나타냈다.
EU 등 세계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수출 둔화는 물론 국내 투자와 소비 모두 부진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물가가 높아지면 실질임금 상승률도 약화돼 소비도 위축된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도 유럽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를 전제로 분석이다. 이한규 KDI 연구위원은 “유로존이 깨진다면 지금의 성장률 전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KDI 조차 유럽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3% 이하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