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후 김 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해 “일신상의 이유가 있고 건강도 챙겨야 겠다”면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회 소집은 이날 오전부터 김 사장의 해임설이 나돌자 김 사장이 급하게 요청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회사 측은 이같은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사회가 끝난 직후 회사 측은 김 사장이 실적 악화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그 속사정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그룹의 전통적인 ‘구두쇠 경영방식’이 문제였다. 구시대적인 그룹경영 스타일에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하게 되자 김 사장은 “나는 바지 사장일 뿐”이라며 오래전부터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영업왕’으로 불릴 정도로 유능한 인재로 손꼽히고 있다. LIG손해보험 부사장 출신인 김 사장은 롯데손보 출범 직후 2008년 4월 초대사장으로 취임했으나 롯데그룹의 경영방식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출범한 초창기에는 투자영업을 통해 규모 확장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이후부터 이익을 거둬들이는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전통적인 구두쇠 경영방식에 따라 투자보다는 손익분기점부터 넘어서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영업과 마케팅 및 기업홍보, 상품개발 등의 업무는 단연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고 실적 또한 업계 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와 관련돼 롯데손보는 지난해 내부에서는 커다란 진통을 한번 겪기도 했다. 몇몇 임원들이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부족한 영업 및 마케팅 비용을 충당했던 것. 결국 이 사실은 내부감사를 통해 알려졌고 관련 임원들은 줄줄이 경질됐다.
이후 김 사장과 그룹 측의 마찰은 더욱 커졌고 그룹 측에서 사임을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그룹 측에 반기를 들며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측에서는 당장 김 사장만한 CEO를 물색하지 못해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김 사장이 이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단판승부를 내걸은 것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손보는 지난 2008 회계년도에 순손실 68억원을 기록한 뒤 2009년에는 1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10년 다시 91억원 적자로 전환하면서 위기설이 불거졌다. 롯데손보는 다음달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후임 사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출신 이봉철 전무가 유력한 후보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