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42·SK텔레콤)가 지난 17일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7개월만에 국내팬들 앞에 섰다. 인기를 방증하 듯 오랜만에 방문한 고국에서는 쉴 틈도 없이 일정들로 가득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최경주는 시간을 쪼갰다. 후배들에게 나눔을 전도하기 위해서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최경주재단 사무국에서 후배 남영우(39·지산리조트), 홍순상(31·SK텔레콤)을 ‘버디 캠패인’의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들이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는 최경주의 역할이 컸다. 최경주의 선행을 지켜보던 후배들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홍순상은 2010년 겨울 무작정 최경주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찾아갔다. 그의 집에서 숙식은 물론 차까지 빌려 썼다. 그러면서 최경주에게 골프의 관한 조언은 물론 인생선배로서 해주는 많은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최경주의 나눔문화에 대해 접하게 됐고 홍순상에게는 그의 마음과 행보가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골프뿐 아니라 인생도 배웠다는 홍순상은 선배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나눔으로 베풀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홍순상은 “최경주 선배의 집에서 함께 지낼 당시 많은걸 배우고 깨달았다. 당시 아무것도 없는 나를 마음으로 받아준 것 만으로도 감사했다”며 “골프선수가 직업이다보니 골프를 하면서 베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버디캠페인 홍보대사 제안을 받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미국진출 1세대 골프선수’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필드의 방정환’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의 재단을 통해 수년간 나눔을 실천하고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어렵게 골프채를 잡은 완도사나이 최경주는 주변에서 벅차다고 느낄 정도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연평도 재해, 아이티 지진 등 갑작스럽게 피해를 입은 지역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일에는 늘 그가 있었다.
2008년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을 위한 성금으로 3억 원을 내놓았다. 그해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승상금 1억2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을 불우아동돕기 성금으로 쾌척했다. 2008년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재단까지 설립해 어려운 이웃과 골프 꿈나무들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 혼자서는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나눔을 믿는다. 많은 사람이 돈을 벌지만 우리 모두 나눌 필요가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대회 상금전액을 기부하거나 나눔을 실천한 사례는 셀수가 없다. 많아서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다.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받은 상금 15만 달러를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거나, 자신의 고향인 완도에도 아이들을위해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 갈 미국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그가 사는 지역에서 열리는 정규대회(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도 포기하고 26일 자선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그의 자선활동은 아무도 못 말린다.
최경주의 기부 활동에 적극적이자 해외에서도 그를 조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최경주는 (돈을) 되돌려주는 골프의 우상(golf god)’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취재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상금으로 받은 171만달러(약 19억원) 중 20만달러(약 2억1000만원)를 미국 남부 토네이도 피해 주민들을 위해 기탁키로 약속했다 등의 내용을 다뤘다.
최경주는 완도에서 어렵게 골프채를 잡았다. 섬마을 소년이었던 그는 아버지 일을 도우며 힘겹게 골프의 길로 들어섰기에 배고픔과 고난을 잘 알고 있다.
한국 골프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앞장섰던 그가 골프를 통한 나눔에도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