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차형사, 이렇게 웃겨도 되나요?"

입력 2012-06-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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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의 최대 논점은 수위 조절에 있다. 구조상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충돌로 발생하는 일종의 휘발성 폭발음이 관객들의 웃음으로 전이돼야 코미디 영화는 그 본분을 다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차형사’는 올해 개봉 영화 중 ‘장르의 공식’을 가장 충실히 따른 영화다.

‘차형사’는 코미디 영화다. 기존 코미디 영화가 캐릭터에 집중한 슬랩스틱 개념의 웃음에 집중한다면 ‘차형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냥 대놓고 ‘이래도 안 웃을래’라며 관객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캐릭터와 상황 설정 두 가지가 더해져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데 집중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영화의 웃음 코드 하나는 강지환의 변신이다. 연예계 소문난 ‘몸 짱’인 그가 정말 철저하게 망가졌다. 너무 망가진 나머지 강지환을 실제 노숙자로 착각한 한 시민의 일화가 스태프들을 통해 전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죽하면 극중 상대역으로 출연한 성유리는 “강지환이 망가진 자신의 모습에 우울해 하기도 했다”고 전했을까.

영화의 내용은 간략하다. 웬만한 노숙자도 울고 갈 꾀죄죄한 행색의 강력계 형사가 단 2주 만에 20kg을 감량하고 패션모델로 변신해 범인 검거에 나선다. 주인공은 당연히 강지환이다. 그가 얼마나 망가졌나 보자.

그냥 보고만 있어도 스크린을 통해 냄새가 나는 듯하다. 영화 속 그의 외모는 더러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소한 두 달 이상은 물 한 방울 닿았을 것 같지 않은 떡진 머리와 그에 걸 맞는 걸레 패션은 고개가 절로 돌려 진다. 얼굴을 포함한 노출된 피부는 언제 씻었는지 모를 정도다. 뱃살은 어떤가. 혹자는 인덕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울 그 두둑함이 정도를 넘어섰다. 이건 거의 시각적 테러 수준이다.

또 다른 웃음 장치는 장르의 공식이다. 형사물의 외피를 쓴 ‘차형사’와 강지환의 망가짐이 결합하며 공식의 해답을 아주 간단히 이끌어 냈다. 먼저 연출은 강지환과 함께 400만 흥행 신화를 쓴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이다. 그럼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른바 ‘스크루볼 코미디’(캐릭터의 엉뚱함이 불러일으키는 유머)의 전형성이 ‘차형사’의 강점이다. 물론 전형성이란 말이 조금은 뻔한 결말 도출로 이어지겠지만, 그 잘생기고 미끈한 몸매의 강지환이 주인공이라면 의외성의 재미도 찰지다.

뭐 이런 식이다. 시장에서 범인을 쫒던 차형사(강지환)가 두툼한 자신의 몸집 탓에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수모를 당한다. 범인은 그의 추격을 유유히 따돌리고 도망친다. ‘그럼 그렇지’하는 관객들의 뻔한 실망감이 올라오려는 찰나. 희뿌연 안개를 헤치며 입안 가득 물고 있던 뻥튀기를 뿜어내며 차형사가 등장한다. 이 장면이 슬로모션으로 그려지고 경쾌한 음악도 덧입혀졌다. 안 웃긴다고?

범인을 취조하는 과정에선 ‘화장실 코미디’(지저분한 표현을 앞세운 유머)에 가까운 히든카드도 등장한다. 웃기지 않는다면 후반부를 노려보자.

‘차형사’는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액션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후반부쯤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신은 ‘차형사’급의 코미디에서 그릴 수 있는 최대치다. 물론 이 장면에서도 감독은 코미디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다. 버스를 탄 차형사가 버스 기사에게 부탁해 와이퍼로 앞차 트럭의 뒷문을 여는 장면은 박장대소급 아이디어다.

아에 대놓고 웃기기에 집중하자고 배우와 감독이 의기투합을 했을까. 미행 장면에선 차형사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라며 묘한 대사를 던진다. 감독과 강지환의 전작인 ‘7급 공무원’을 말하는 것이다.

‘차형사’가 강지환의 원맨쇼에만 집중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아무래도 성유리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듯하다. 원조 ‘요정’의 그가 ‘차형사’에 출연 결정을 했을 때는 큰 결심을 했을 것이다. 강지환의 강추로 ‘차형사’에 합류한 그는 망가짐에 경쟁을 하듯 ‘하이톤’의 목소리와 아방가르드풍의 전위적 의상으로 무장한 히스테릭의 상징 ‘고영재’역을 꽤 그럴듯하게 소화했다. 반전의 묘미가 충분한 캐스팅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이희준의 원치 않는 '변태 액션'도 포복절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너무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이며, 보기 드문 형사 캐릭터의 반전 묘미에 기댄 익숙한 문법도 이미 봤음직하다. 상당히 식상한 텍스트다. 더욱이 차형사란 캐릭터와 그가 움직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 설정의 장치가 맞아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시퀀스 자체가 흡사 ‘개그 콘서트’의 코너를 이어 붙인 듯 기시감도 크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차형사’의 미덕은 바로 이런 점들이다. ‘그냥 원 없이 웃다 돌아가라’는 배려가 ‘차형사’에는 담겨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코미디 장르의 최고 모범생으로 꼽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혹시 ‘차형사’에서 작품성이나 스토리의 매끈한 인과 관계를 기대하는 영화팬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틀렸다. ‘차형사’는 그냥 온 몸을 비우고 ‘멍’ 때리며 보면 그만이다. ‘차형사’ 오랜만에 제대로 웃기는 영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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