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독감예방 접종과 함께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함께 맞는 것을 권장한다. 독감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2차 감염으로 폐렴구균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영유아·노년층 취약…감기와 혼동 쉬워 = 폐렴구균성 질환은 폐렴구균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폐렴이나 균혈증, 수막염, 급성중이염, 패혈증 등을 말한다. 폐렴구균은 평소 코와 목 등의 점막에 상주하는 균이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뇌나 혈관·귀 등에 이같은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모든 연령층에 예외가 없으며 영유아, 노년층, 특정 만성 질환자들에게 발병률이 높다.
많은 사람이 콧속이나 입안과 식도 사이의 인후 내에 폐렴구균을 보유하고 있다. 폐렴구균은 감염자나 보균자의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퍼져 나간다. 성인은 나이가 들면서 면역체계가 노화됨에 따라 증가하기도 하며 알코올 중독, 천식, 흡연, 당뇨병, 심장·간·신장질환,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역시 폐렴구균 감염 위험을 높인다.
특히 균혈증성 폐렴 및 뇌수막염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 균이 혈액이나 척수와 같이 무균상태인 신체부위에 침입했을 때 발생하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은 비침습성에 비해 덜 흔하지만, 증상은 더 심각하다. 균혈증성 폐렴(혈액 내 세균 감염을 동반한 폐의 감염), 균혈증(혈액 내 세균 감염), 수막염(뇌나 척수를 감싸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실시한 역학 연구에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있는 고령자의 약 80%가 균혈증성 폐렴에 걸렸으며, 해당 연령층의 치사율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구균성 질환은 초기 담순 감기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증상은 질병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발열, 오한, 기침, 호흡곤란 등이 일반적이다. 패혈증이나 균혈증은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면서 체온이 떨어지거나 피부에 이상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뇌나 척수를 둘러싼 막에 폐렴구균이 들어가는 뇌수막염으로, 발열이나 두통, 목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 등의 증상을 보인다.
◇진단, 치료법 결정 어려워…백신접종 최선 = 폐렴구균성 질환은 진단은 매우 어려우며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특정 폐렴구균 혈청형의 경우, 치료법 결정조차 힘들다. 물론 치료에 실패하면 치료 기간이 늘어남은 물론 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또 폐렴구균의 감염은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높은 내성이 문제다. 폐렴구균 질환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폐렴구균성 질환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 중 5세 미만 소아의 사망원인 1위다. 영유아에게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뇌수막염이나 패혈증, 균혈증과 같은 질환은 치료가 어렵고 치료가 되더라도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예방을 위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수다.
폐렴구균 백신은 말그대로 폐렴구균에 의해 걸리는 병을 예방하는 접종이다. 이를 통해 뇌수막염, 패혈증, 중이염과 폐렴 등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13가지 균을 예방하는 13가 백신과 10가지 균을 예방하는 10가 백신이 나와 있다. 백신 앞에 붙는 숫자는 예방 가능한 폐렴구균의 숫자를 뜻한다.
최근 식약청 허가를 받아 출시된 한국와이어스(한국화이자제약)의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프리베나13’은 만 5세 이상 영유아는 물론, 50세 이상 성인의 폐렴구균성 폐렴 및 침습성 질환을 예방해준다. 정형진 한국화이자제약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이사는 “프리베나13은 폐렴 등의 폐렴구균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에게서 흔히 발견되고 높은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혈청형 ‘6A’를 유일하게 포함한 폐렴구균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7만 5000여명으로 2010년 22만명보다 24% 급증, 전체 입원 환자 중 폐렴 입원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폐렴이 10만명당 14.9명의 사망률을 기록해 전체 사망원인 중 6위를 차지했다”며 “특히 50세 이상 성인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