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아우디 벤치마킹으로 급성장, 지금까지 M&A행보는 정반대
독일 폭스바겐이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를 전격 인수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폭스바겐그룹의 제품전략을 추종하고 있는 현대차의 향후 경영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의 잔여지분 50.1%를 44억6000만유로(5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 2009년 39억유로에 포르쉐 지분 49.9%를 인수한 했다. 이번 잔여지분 인수로 폭스바겐은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한 집안에 뿌리를 둔다. 피에히 폭스바겐 회장과 볼프강 포르쉐 회장은 포르쉐의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손자들이다.
덩치는 스포츠카만 만드는 포르쉐보다 폭스바겐이 몇 배 크다.
폭스바겐은 고급차 메이커 아우디와 벤틀리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트와 스코다 등 동유럽 보급형 브랜드도 폭스바겐그룹이다. 수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 역시 폭스바겐그룹이 주인이다. 그룹 측은 오는 2018년 글로벌 톱1, 1000만대 생산을 목표로 전방위적인 M&A와 제품개발, 생산거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행보는 현대차그룹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 중반부터 폭스바겐그룹의 제품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소형차에 강한 폭스바겐은 직분사 엔진, 듀얼 클러치, 터보엔진 등을 개발했고 북미시장을 겨냥해 고급차 ‘페이톤’을 선보였다.
현대차 역시 직분사 엔진을 전라인업에 갖추고 듀얼클러치와 2.0, 1.6 터보엔진을 개발했으며 북미시장을 겨냥해 고급차 에쿠스를 선보였다.
현대차의 고급차 전략에도 폭스바겐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 도요타가 별도 브랜드인 렉서스로 미국에 진출한 반면 현대차는 자체 브랜드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의 고급차 전략과 동일하다.
반면 M&A 전략은 두 회사가 전혀 다르다.
폭스바겐은 최근 고성능 모터사이클 메이커 두가티와 트럭 메이커 ‘만’을 인수했다. 이어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까지 거느리게 됐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M&A 전략은 다방면이다. 그룹의 모태는 자동차지만 건설과 반도체, 보험, 금융 등 전방위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그룹과 뚜렷한 차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협력작업에도 인색하다.
르노의 고급차는 벤츠의 기술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BMW와 벤츠가 소형차 개발에 합의하고, 일본 도요타가 BMW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나눠주는 시대다.
반면 현대차는 2000년대초,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 공동으로 2.0 세타엔진을 개발한 전례가 마지막이다.
이번 폭스바겐의 포르쉐 인수는 현대차 경영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현대차는 고급차 전략에 있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인수냐 자체 브랜드 추진이냐를 놓고 저울질했다. 때문에 이번 폭스바겐의 경영행보가 그저 강건너 불구경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차는 모태가 자동차일뿐 정몽구 회장이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을 밝힌 만큼 경영행보는 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룹 내에 안전성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다양한 분야로 경영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