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최근 고민거리다.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고 싶은 어 회장의 마음은 굴뚝 같다. 메가뱅크 예찬론에 이어 “합병해도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밑밥도 던졌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데로 되지는 않는 법. 대외 환경을 보면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권 말이라고 매각이 힘들다는 논리는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금융 매각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 들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시각을 정치권으로 돌리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여기에 여권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힘을 실었다.
그는 16일 한국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금융과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등 주요 국책사업을 다음 정부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임기 말 대규모 자금이 드는 사업은 잘못하면 졸속으로 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든 야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우리금융 매각 추진이 뒤집어 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금융 민영화 분위기가 냉온탕을 오가니 어 회장으로써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KB금융은 진작에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채비를 마쳤다. 언론도 이제는 KB금융이 준비를 했느니 마느니 보다 언제 참여 여부를 발표할까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3일 KB금융 이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어 회장의 고민은 가중된다. 그는 이사회 시작 전 성장을 위해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발언은 없었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 참여에 대한 이사진의 갑론을박이 있었다기 보다는 한두 마디 하는 정도였다”며 “내부 토론보다는 외부 분위기가 중시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의 뜻은 알겠지만 정권 말인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차기 정권이 누구냐에 따라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염려다.
이 관계자는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든 예비입찰 마감날인 27일에 발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매각은 MB정권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분위기가 가장 뜨거웠다면 지난해에는 시큰둥, 올해는 아직까지 얼음장이다. 주요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참여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인수전에 두 곳 이상이 참여하는 유효경쟁이 성립될지도 미지수란 얘기다.
M&A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정치권 입김에 노조 반대까지…. 어 회장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