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일 방한 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을 아시아 볼륨확대의 핵심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담담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구형 SM7 발표회에 맞춰 한국을 찾은지 4년만이다.
곤 회장은 인삿말을 통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로그는 우선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으로 수출되며, 향후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지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아시아지역 확장의 한 축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은 최근 내수판매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산공장은 주말가동을 멈춘지 오래다. 이어 매주 금요일 가동도 중단했다. 차가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였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공장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왔다.
상반기(1~6월) 글로벌 시장에서 8만3062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32.8% 급감했다. 지난 6월 내수 판매는 4008대. 2년전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쌍용차(4033대)에도 못 미쳤다. 내수판매 5위로 내려앉은 수모였다.
르노삼성의 최근 부진에 위기의식을 느꼈던 본사도 이 무렵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7월초 타바레스 부회장이 직접 내한해 한국시장 확대를 위해 소형 크로스오버 출시를 알렸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다. 르노삼성의 최근 부진의 원인으로 르노 플랫폼 도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이어진 상황이다.
르노 때문에 부진을 겪고 있는 회사에 또 다시 르노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 전환의 기회는 됐지만 결정타는 못됐다.
결국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1인자 카를로스 곤이 나섰다.
전일 일본 닛산을 방문한 그는 "닛산의 공급부족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한국에와 "공장가동율이 떨어지는 르노삼성을 위해 닛산(로그)을 생산, 가동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한국의 고민을 해결할 '윈-윈 전략'이었다.
그는 "2014년부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차세대 로그를 8만대 위탁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로그와 관련해 생산시설 개조 등을 위해 르노삼성에 1억6000만달러(한화 17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로그의 생산이 시작되면 공장가동률을 대거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르노삼성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 수준이지만 내수 및 수출부진의 여파로 공장가동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17만대)에 불과하다. 르노삼성은 로그 수출이 시작되는 2014년부터 수익성이 개선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내수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곤 회장은 "르노삼성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연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 르노·닛산그룹은 르노삼성에 대해 영업망부터 마케팅 등 모든 부분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19일 저녁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해 가장 먼저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을 둘러봤다.
곤 회장은 부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르노삼성에 로그의 8만대 생산량을 맡기는 것은 단순히 르노삼성에 1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이 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생산규모가 남아있어도 경쟁력이 없다면 활용하지 않는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할 만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격려했다.
곤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르노그룹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1999년 닛산의 COO(최고업무책임자)로 취임한 직후 2만명이 넘는 인력 감축과 4000억엔대 자산 매각, 수익성이 낮은 5개의 생산공장 폐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며 1년 만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흑자 경영을 이뤄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