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구조조정 전문가인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마침내 한국을 향해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르노삼성 회생 방안을 들고 방한한 곤 회장은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르노삼성은 기업 회생방안 가운데 하나로 이날부터 생산 및 사무직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퇴직신청은 다음달 7일까지. 퇴직대상은 연구ㆍ개발(R&D)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직원이다.
르노삼성의 희망퇴직 접수는 2000년 회사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회사는 영업손실이 누적돼왔다. 판매는 급감했고 수출도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판매와 해외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8% 감소한 8만3062대에 머물렀다. 결국 지난 6월은 내수판매에서 쌍용차에 4위 자리를 내주고 꼴찌로 추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르노그룹의 2인자 타바레스 부회장이 한국을 찾아 “크로스오버 새모델을 한국에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냉담했다.
르노삼성의 부진은 닛산 플랫폼에서 르노 플랫폼으로 전환한 뒤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르노 때문에 망해가는 회사에 다시금 르노차를 출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것도 잘 팔리는 ‘볼륨 모델’이 아닌 크로스오버 모델이었다. 회생안으로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이때문에 불거졌다.
마침내 지난달에는 르노-닛산 카를로스 곤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2014년부터 닛산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키로 하는 등 자구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아가 로그 생산을 위해 르노삼성차에 1700억원을 투자하고 영업력과 마케팅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회생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대한 지시도 이어졌다. 당근을 주는 대신 호된 채찍을 가한 셈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이번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간결하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 미래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SM3와 SM5 등 일부 차종에 대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와 제품 라인 업 강화, 부품 국산화, ‘로그’생산 등을 통해 부산공장을 최고의 효율성과 경쟁력 있는 공장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곤 회장이 마침내 한국시장에도 칼을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곤 회장은 1990년대말 외환위기에 몰렸던 닛산을 르노와 합병한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르노삼성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며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르노삼성의 운명이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