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과천담론]한국경제의 두 얼굴

입력 2012-09-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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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만이다. 한국경제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외부의 평가와 내부의 현실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주 무디스가 발표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경제활력 및 경쟁력 등의 평가는 이번 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부마저 3%대에서 2% 중반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최근 주요국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강등되는 추세 속에서 우리 등급이 상향된 것은 이례적이라던 정부의 평가가 무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밖에서 본 한국경제와 안에서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전혀 다른 두 얼굴이 궁금할 뿐이다.

사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 기관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한결같이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향후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위기대응 및 관리 능력과 수출경쟁력이 덧붙여져 한국경제는 어떠한 글로벌 위기에도 ‘나 홀로 성장’이 가능할 것 같은 장밋빛 환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8년 골드만삭스의 ‘세계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Next11에 포함된 것은 최절정이었다. 오는 202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G7 국가들보다 더 높아져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게 Next11의 주요 내용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은 Nxet11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고 실현가능성도 밝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성장가능성을 토대로 한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대한 그의 신뢰는 보고서 발표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터무니없는, 불가능한 전망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한국의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느냐가 보다 중요하다.

지난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을 때 정부를 제외하고 벅찬 가슴을 억눌렀던 이들은 얼마나 될까.

서민들은 최근의 경제위기가 과거 그 어떤 경제위기보다 더 길고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하소연에는 함정이 있다. 현재의 고통은 지나간 과거의 그것보다 작더라도 언제나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이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생각하고, 창업과 함께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외부인의 화려한 경제 전망은 먼나라 이야기다. 매출이 늘어나도 순이익은 줄어드는 국내 1000대 기업의 현실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골드만삭스의 장밋빛 미래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즐겨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다. 수출확대, 내수회복도 중요하지만 체감경기를 살리지 않고 투자, 생산, 소비, 수출을 촉진하는 경제정책은 실현도, 성공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정책당국은 다시 한 번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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